위 재치 있는, 대안적 OOH광고(Alternative OOH Advertising)로 분류되는 앰비언트미디어(Ambient Media)는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 오만(Oman)의 ‘Magrabi’라는 안과 홍보용 광고물이다. 당근이 눈에 좋다는 사실이 흔한 상식임에 착안해서 마트의 당근판매 코너를 활용 광고를 집행했다. 카피는 매우 간단하다. “눈에 가장 좋은 것을 알고 싶다면 우리 안과로 오세요(To know what is best for your eyes, come to Magrabi)” 아마 위 당근 코너를 들른 고객이라면 위 안과의 이름을 잊지 못할 듯 하다. (Agency: Fortune Promoseven, Oman) 위 사례에서처럼 OOH광고는 그 영역을 일괄적으로 정의하기 힘든, 편재된 형태의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으며 집 안에서의 체류 시간이 줄어든, 광고 광고기피증으로 더욱 도달하기 어려워진 소비자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는 대안적인 전령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신이 집 밖에서 만나는 모든 점유공간, 생활 접점들이 곧 미디어이다.
왜 OOH광고를 논하는가?
지난 10여 년에 걸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동일 컨셉트의 메시지를 최적 조합으로 목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이하 IMC)의 방향으로 자리잡아 왔으며 또 IMC의 컨셉트에서 효율성에 중심을 두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방안인 ‘싱크로나이즈드 마케팅(Synchronized Marketing)’의 개념이 제안되는 등, 과거 경제학에서 흔히 ‘연소비용(Burning Money)’라고 일컬어지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효과 및 효율 제고를 위해 근심하고 있다. 위와 같은 트랜드의 연장선에서 과거에 4대 미디어의 위상에 밀려 보조매체로서 소극적으로 활용되던 BTL(Below the Line, 이하 BTL)미디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OOH광고는 전통적 미디어인 야립, 빌보드가 여전히 미디어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BTL적 성격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접점 미디어(Contact Point Media)가 새로운 대안으로 인기를 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추세로 인해 과거 실무자의 업무 영역에 따라 ATL(Above the Line)과 BTL(Below the Line)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카테고리를 규정하였던 것과 다르게 이제는 미디어라는 대 범주 안에서 목표 소비자와 최적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다중 매체조합(Media Set)을 도출하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다. 현대의 소비자는 멀티테스킹(Multi-Tasking)에 능하고 미디어 활용에 있어서도 ‘복합매체소비 (Polychronic Media Consumption)’, ‘ 동시적 매체소비(Simultaneous Media Usage)’등으로 불리는 매체의 다중소비 성향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광고에 대한 신경쇠약증으로 광고회피를 위해 더욱 세련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위와 같이 영리하고 복잡해진 소비자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종전 매뉴얼에서 벋어난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소비자가 있는 어디라도 추적하며 광고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OOH광고가 근래에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1970-2006년 OOH광고 미디어 유형별 매출 비중 (OAAA, 2007)
위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OOH광고 전체의 매출에서 전통적 미디어인 빌보드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빌보드 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접점 동영상 등)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04년 이후 빌보드의 비중이 다소 증가한 이유는 전통적 방식의 빌보드들이 줄어든 반면 LED와 같은 동영상 재현 형식의 ‘전자빌보드(Electronic Billboard)’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OAAA, 2007) 국내의 OOH시장 역시 장기간 종단적으로 집계된 자료가 없어 파악이 힘들지만 광고주의 OOH미디어에 대한 관심은 야립과 빌보드에서 교통매체와 접점매체로 이동해왔으며 향후 광고비 지출도 야립, 빌보드에서 여타 대안적 OOH 미디어로 그 무게를 옮겨갈 것이라고 판단된다.
집 안의 미디어 VS 집 밖의 미디어
제대로 만든 TVCM 한번이면 안방에 재빠르게 침투해 가족들을 흥분시킬 수 있던 탄환이론(Bullet Theory: 매체의 강 효과 이론)의 시대와 작별을 고한지는 오래다. 서구 사회에 비해 지상파 TV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현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CATV, DMB등의 도래로 TV를 중심으로 한 4대 미디어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2006년 지상파 TV의 일일 평균 시청시간은 2시간 12분 가량이며, 2000년에 비해 1일 평균 48분, 27.0%가 감소했다. 라디오 청취시간은 51분에서 49분으로 2분 정도 감소해 4.1%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문 열독시간은 34분에서 21분으로 13분 정도 감소해 3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인터넷은 27분에서 77분으로 50분이나 늘어나 거의 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케이블TV도 21분에서 73분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 2007년 통계자료).
위와 같이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급격히 달라졌으며 바로 이 순간에도 전통 미디어들은 새로운 도전자들에 대항하고 있다. 소비자의 인지능력과 투자 가능한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위 한정된 자원을 쟁탈하려는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들의 대결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다중 미디어 소비 모델 <2005년 WAM(Worldwide Audience Measurement) 발표자료>
최근 미디어의 경쟁의 장을 단순화 해서 보면 크게 ‘집 안의 미디어’와 ‘집 밖의 미디어’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경쟁의 승자는 단연 ‘집 밖의 미디어’이다. 집 안의 미디어들은 좀 더 개인화된 형태의 디지털미디어로 변모하여 외출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안방에서 가족들과 모여 TV를 보지 않는다. 위성 및 지상파 DMB를 활용 핸드폰과 차량 네비게이션으로 TV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고 집 안 여가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인터넷 또한 각종 무선서비스와 소형화된 디지털 기기의 도움으로 이제 집에 구속되지 않게 되었다. 뿐 아니라 국내의 경우 2006년 이후 본격적인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정착되면서 다양한 옥외 레저활동을 즐기려는 경향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의 시점에 다시금 조명되게 된 것이 바로 OOH미디어이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야립’과 도심의 ‘빌보드’와 같은 전통 미디어뿐 아니라 각종 쇼핑몰과 역사, 인구 밀집지역의 거리를 점유하고 있는 접점 OOH들은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목표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바야흐로 고객을 추적하며 때로는 일정지점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최신의 미디어로 OOH미디어가 탈바꿈하고 있다.
△ 면적 119,008.8㎡인 동양최대 지하공간인 COEX Mall의 메인 광장 라이트박스
△ 미국 소비자들이 주목한 매체에 대한 조사, 2007년 eMarketer 보고서
△ 옥외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OOH미디어들 (Ambient Media Feldbuch, 2007)
소비자가 있는 어디라도, 앰비언트미디어
최근 OOH 미디어의 신경향으로 앰비언트미디어(Ambient Media)의 발전을 들 수 있겠다. 앰비언트(Ambient)라는 영어의 사전적 정의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Something that Surrounds)”이다. 광고 용어로서 앰비언트미디어는 ‘소비자의 생활 환경을 깊이 파고드는 환경요소를 활용한 비 전형적인(Non-Traditional) 광고형태’ 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가로수, 전봇대, 벤치 등 모든 사물들이 광고 미디어로 활용 가능하며 때로는 기존의 OOH광고를 새롭게 개조한 유형도 다수 등장했다. OOH광고의 절대 목표로 여겨지고 있던 강제노출(Enforced Exposure)의 원리와 다빈도 노출이 긍정적 태도와 선호를 유발한다는 양적 효과에 대한 가설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높아졌고 광고회피가 습성화된 다매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절대적인 원리가 되지 못한다. 수 많은 경쟁 자극들을 이기고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의 주목(Attention)을 끌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영리해진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소비자가 광고 매체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친구들과 공유하는 광고매체,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앰비언트미디어는 단기간의 이슈로 사라질 것이 아니라 OOH광고의 특화된 영역으로 넓이와 깊이를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 쇼핑카트 바닥 면을 활용한 빈민구제 기금모금 캠페인 (TBWA, Johannesburg)
△ 평면의 빌보드를 입체화하여 시선을 끄는 Absoult vodca의 ‘Absolut NY 캠페인’
△ 다양한 OOH와 프로모션을 동원한 Kitkat의 ‘Stress Breaker’ IMC캠페인
OOH미디어에게 광고의 미래를 묻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 교수는 집을 제1의 공간, 일터를 제2의 공간, 타인과 공유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3의 공간으로 정의한 바 있다(Ray Olderburg, 1989). 과거의 광고가 제1, 제2 공간과 시간을 미디어를 통해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면 이제 광고는 제3의 공간으로 경쟁의 장을 옮겨야 한다. 제3의 공간을 점유하는 대표적 미디어가 OOH미디어이며 집에 매여 지내지 않는 유목민적 삶을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안적인 미디어일 것이 분명하다. 틀을 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보행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OOH 캠페인들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