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마케팅에서 쇼퍼마케팅으로 진화 중
우리나라에서 명절 때가 되면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은 쇼퍼(Shoppe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종 선물세트를 위한 판매나 기업의 프로모션은 사용자 또는 소비자보다는 선물을 고르고 구매하는 쇼퍼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과 같은 대목에서는 선물 받는 분의 입장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구매자를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도 또한 기업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또 다른 예로, 아기용품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들 대부분도 소비자는 어린이일지라도 결국 엄마가 구매자인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엄마를 타깃하고 엄마에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즉 단순한 인스토어(In-Store) 머천다이징의 개념을 넘어, 구매자인 쇼퍼의 행동을 이해하고 구매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쇼퍼 마케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쇼퍼 마케팅이란 용어를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소비자 마케팅 또는 고객 마케팅의 개념을 쇼퍼 즉 구매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쇼퍼 마케팅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롭지 않은 개념인 쇼퍼 마케팅은 마케팅 실무자나 학자 모두에게 새롭게 생각을 하게 한다. 즉 ‘구매자(쇼퍼, Shopper)’와 ‘소비자(사용자, User)’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쇼퍼와 사용자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 중심의 마케팅(Customer Oriented Marketing)을 실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즉 구매자에게 초점을 맞춘 쇼퍼 마케팅을 중심으로 고객 마케팅 또는 소비자 마케팅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관계 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영역에서의 전통적인 고객분석의 대상을 단순히 가입회원을 고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자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마케팅 조사기법으로 에스너그래픽 리서치(민족지학적연구, Ethnographic Research)가 활용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도 구매현장 즉, 매장에서의 구매자의 구체적인 행동을 직접적으로 분석하여 좀더 구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 하겠다.
에스너그래픽 조사에 의하면, 만일 노년층을 타깃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구매현장에서 노년층 쇼퍼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직접 관찰할 뿐 아니라 노년층의 타깃 고객과 동일 조건에서 쇼핑을 체험토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마케팅 담당자가 제품 포장의 작은 글씨가 쉽게 읽혀지지 않은 노년층의 시력을 경험할 수 있는 안경을 끼고, 많은 노년층이 겪는 류마티즘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게 무겁고 둔한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진열대에서 제품을 집어 올리는 쇼핑경험을 하게 한다면, 분명히 에스너그래픽 체험을 하기 이전보다는 쇼퍼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될 것 이다. 그 결과 노년층의 쇼퍼를 위해서 포장과 라벨(label)의 디자인이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쇼퍼 마케팅은 새롭게 마케팅을 구매자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쇼퍼를 움직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대다수의 학자들은 ‘고객’을 꼽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에 대하여 마케팅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고객을 교과서나 논문에서 일반적으로는 소비자라는 단어와 혼용하여 쓰는 경향이 있다. 또한, 때로는 현재 구매를 하지 않지만 향후 구매 가능성이 큰 잠재 소비자들까지도 고객이란 단어에 포함하기도 한다.이렇게 고객이란 단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은 산업현장이나 증권가에서도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SNS 업체들의 가치를 평가할 때, 회원 수 즉 사용자 수가 얼마냐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은 8억 4500만 명, 트위터는 5억 5000만 명, 카카오톡은 42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한다. 가입자 수 또는 회원 수에 근거해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이유는 아직 구매를 하지 않은 사용자도 언젠가는 곧 구매자가 될 수 있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최근에 페이스북은 5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적극적인 광고게재를 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광고를 통한 매출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SNS 업체들의 수익모델은 명확하지 않으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흑자의 이윤을 내고 있는 기업이 아주 극소수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터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진정한 수익모델을 통한 SNS 기업들의 이윤에 근거한 가치평가를 하려면, 사용자 숫자 보다는 구매자 숫자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것 이다. 물론, 구매자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쇼퍼 마케팅의 노력도 동반되어야함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매자 중심의 쇼퍼 마케팅은 교과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객중심의 마케팅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일반적인 교과서에서는 아마도 어린이용 기념품이나 음료수는 타깃 고객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어린이 의류나 장난감 섹션에 판매대를 진열하여야 한다고 서술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어린이가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부모가 영양가나 예산 등 각종 이유로 지갑을 굳게 닫고 거절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여기서 쇼퍼 마케팅의 새로운 생각을 위한 처방은 어린이를 위한 기념품이나 음료수의 판매대를 어린이 섹션에 둘 것이 아니고, 부모들을 위한 섹션에 함께 나란히 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신들을 위한 기념품이나 음료수 구매를 위해 지갑을 쉽게 열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미 지갑을 연 부모는 자신을 위한 구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를 위한 구매도 함께 할 확률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 슈퍼마켓의 기저귀 판매대 옆에는 맥주를 나란히 진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아기를 위한 구매를 온 아빠가 자신을 위한 구매도 함께 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아닌 구매자에게 초점을 둔 진열이라 하겠다
쇼퍼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라
매장 내에서의 시리얼 진열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과자 섹션(근처)에 진열하면 구매자인 엄마들은 간식으로 여길 수도 있다. 따라서, 설령 설탕 함량이 좀 많은 시리얼일지라도, 영양가 좋은 식품 또는 아침대용의 식사로서 구매자인 엄마들에게 어필 하려면 식빵과 같은 식사 관련 섹션에서 진열함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쉬크 하이드로 남성용 면도기의 경우엔, 자신들의 제품을 면도기 섹션에 진열하기보다는 피부관리 섹션에 진열함으로써 구매자에게 타 회사의 제품과는 차별되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성 구매자에게 면도가 피부 관리라는 의미를 새롭게 갖게 한 쇼퍼 마케팅의 예라 하겠다.
효과적인 쇼퍼 마케팅의 실천은 또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함께 윈윈하는 전략을 구상할 때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쇼퍼에 대한 데이터 분석으로부터 얻는 정보를 공유할 때 서로 간의 협업이 원활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같이 대중매체의 효과가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감소되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도 예전처럼 강하게 구축되지 않는 환경에서 쇼퍼 마케팅의 필요성의 대두는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홈 쇼핑?인터넷 쇼핑?모바일 쇼핑 등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자의 비계획적 구매 성향의 증가도 쇼퍼 마케팅에 관심을 더 갖게 한다.
마케팅은 과학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프로모션에 창의성이 합쳐져서 실행되는 것이 마케팅이다. 쇼퍼 마케팅은 다양한 유통채널과 업태로 구성되는 구매현장에서 그 효율성을 한층 발휘한다. 따라서, 구매자 즉 쇼퍼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쇼퍼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쇼퍼 마케팅은 고객을 직접 접하는 현장에서 유용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