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신문광고 동향 - 3. 착한 소비와 신문광고
신문광고저널 기사입력 2010.08.24 11:32 조회 7750





글 ㅣ 은 명 희(애드리치 CD)



요즘 대한민국엔‘ 착한’ 유행이 번지고 있다.‘ 착한 마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착한 몸매’도 아니다.‘ 착한 가격’을 넘어‘ 착한 소비’라는, 실로‘ 착한 마케팅 개념’이 열풍처럼 불고 있다.

도대체 어떤 소비가 착한 것일까? 그리고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광고가 착한 소비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예를 통해 그 길을 모색해 보자



“라면 드시고 야구장 건립에 동참해요”

최근에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단체·기업이 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친근한 제품인 라면 광고에서도 이런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라면 광고를 생각해보자. 맛있게 라면을 먹는 빅모델, 보글보글 잘 끓여진 맛있는 시즐, 그리고 브랜드….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신문광고 한 편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잘 끓여진 시즐도, 맛있게 먹는 모델도 없다. 다만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천하무적 야구단과, 수익금의 5%는 꿈의 구장 건립기금으로 도네이션된다는 고지성 카피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인기와 함께 사회인야구의 인기도 하늘을 찌르지만, 그들이 경기할 수 있는 야구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구장이 있고 1만여 개의 경기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140개(프로야구 홈구장 포함, 야구장백서, 2009)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에 예능 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 사회인 야구장의 절대적 부족을 공감하고 ‘꿈의 구장’을 짓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었고, 때마침 한 라면 제조회사에서 이들과 손을 잡고 꿈의 구장 건립에 함께 하고 싶은 소비자의‘ 착한 마음’을 읽고 동참한 것이다. 소비자는 맛있는 라면도 좋아하지만 착한 라면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한 발 앞서 간파한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나 개인 기부문화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였다. 기부라면 뭔가 특별한 일이라고 여기고 기부는‘ 큰돈을 한목에 내고, 신문이나 방송에 얼굴이 나오는 것’이기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기부문화에 대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문화·패션계 사람들과 연예인들이 기부를 더 이상 어렵고 거창한 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스타일리시한 기부를 시작했고, 젊은이들 역시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기부문화가 무겁고 딱딱한 것에서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기부와 구매를 동시에 하는 착한 소비로 나타났다. 즉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좋은 일에 쓰이는 상품을 사게 된 것이다.


착한 소비 의미 전파엔 신문광고 역할 커

이러한 흐름 속에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착한소비’ 제품인‘ 행복나눔N마크’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 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면 매출액 중 일정액을 그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한다. 소비자는 N마크가 부착된 물건을 사면 실제로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생활 속에서 기부를 하고, 기업은 좋은 이미지를 쌓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N마크가 붙은 상품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신문광고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품에 N마크가 붙어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IT 프로그램이나 금융상품처럼 서비스 제품인 경우는 신문광고를 통해 반드시 정보를 공유하고 그 뜻과 철학을 나누는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신문의 특성으로 광고의 신뢰감까지 제고

착한 소비는 웰빙이나 친환경 소비에 머물던 초기 단계를 벗어나, 가까운 이웃뿐 아니라 제3세계 인권·노동 문제까지 고려하는 소비로 발전하고 있다. 투박한 모양의‘ 탐스슈즈(TOMS Shoes)’라고 불리는 신발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징 없이 생긴 신발이지만 하는 일은 심상치 않다. 이 신발을 하나 사면 자동으로 다른 한 켤레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신발을 신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좋은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06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미국 청년이 처음 선보인 이 신발은 2007년부터는 국내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특유의 소박한 디자인과‘ 착한 소비’라는 코드가 국경을 초월해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이다.

이러한 착한 소비에 대해 신문광고는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얼마 전 한 신문에 이런 광고가 있었다.‘ 착한 그림전- 판매수익의 일부는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운동에 쓰여집니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공익으로 활용하겠다는 광고였다. 재미있게도 그 위에는 한 시인의‘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하다면’ 이라는 칼럼이 있었다. 식당과 공사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평생 남을 도우며 살았던‘ 옥탑방 김춘희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전세금 1,500만 원과 시신을 기증했다는 내용이었다. 신문이 지니는 특성상 칼럼의 진실성이 광고에까지 전이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이처럼‘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던 합리적 소비패턴이‘ 환경보호·사회발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따지는 윤리적 소비로 발전하게 됨에 따라 신문광고의 메시지도 제품 위주에서 공익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신문광고, 착한 소비 확산과 기업 발전의 가교

아름다운 가게의 공정무역 초콜릿 광고는 착한 소비와 신문광고가 함께 가는 길을 보여준다. 흰 종이 위에 갈색 덩어리가 떡 하니 놓여 있고 그 위에 초콜릿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다. 큼직하고 멋없는 명조체 헤드라인의 이 광고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끌어당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불공정 무역으로 인해 저개발국은 계속 빈곤을 겪게 되는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광고인데, 이왕이면 공정무역을 통한 저개발국에 도움이 되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신문광고가 착한 소비를 전파하고 나누고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 고객들을 잡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의 출발 자체를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에 신문광고는 기업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Good buy(좋은 구매)’ 정보원의 구심점이 되어 착한 소비의 확산과 기업 발전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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