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가 바꾸는 세상
최근 전 세계적인 핫 이슈로 부상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논할 때 따라오는 지표가 있다. 바로 유튜브 조회 수다. 9시 뉴스에서도 싸이의‘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유튜브는 핵심 미디어로 부상했다.
10월 10일 기준으로 ‘강남스타일’ 조회 수는 4억 2000만이다. 현재 1위인 저스틴 비버가 8억 뷰의 기록을 갖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싸이가 이 기록을 깰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단돈 1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워 트위터리언인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티븐 브라운이 싸이를 언급한 이후,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그 내용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구글 플러스에서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퍼뜨렸다. 그리고 ABC방송에 출연했을 때 그녀가 직접 말춤을 추기도 했다. 이것은 굉장한 변화다.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자발적으로 회자될 수 있음을 증명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다. ‘T24 소셜 페스티벌’은 한 카메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레’라는 닉네임을 가진 29세 남자가 던진 ‘24인용 군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개최된 오프라인 행사다. 이 페스티벌의 제목도 유저들이 붙인 것이었다. 실제로 9월 18일에 한 초등학교에서 그 이벤트가 열렸고, 2000명의 관중이 몰렸으며, 가수 렉시가 노개런티로 참여한 데다, 여러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경품을 제공했다. 더 놀라운 것은 유스트림과 아프리카 TV를 통해 이 장면이 10만 5000명의 시청자들에게 온라인 실시간으로 중계됐다는 점이다. 누가 나서서 이벤트를 조직하지 않았지만, 순수하게 소셜 미디어의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행사였다.
소셜 미디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소셜 미디어 생태계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철저하게 바꾸고 있다. 최고의 미디어 학자로 꼽히는 마셜 맥루한은 “We shape our tools, and thereafter our tools shape us”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가 툴(Tools)을 만들지만, 그것을 통해서 생태계가 재조정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이제는 전통 미디어를 탈피해 가면서 미디어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1999년에 미국의 한 시사 잡지에서 지난 1000년간 일상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들을 조사해서 TOP10을 매겼다. 그때 1위에 오른 것이 ‘구텐베르크의 활자술’이다. 중세의 암흑 시대에 면죄부까지 만들어 팔 정도로 부패했던 신권에 대한 부정은 자기 스스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일어난 것이다. 미디어 학자들은 그것이 인본주의의 기틀을 세운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인쇄가 중심이 된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을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고, 책을 읽을 때에도 선적인 사고를 하면서 논리를 따라 독해한다. 그때 집대성돼서 나온 이야기가 바로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이는 인간의 이성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명제라 할 수 있다.
반면 TV시대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다. 자신이 경험한 실체보다 이미지를 먼저 소비하게 되고, 이미지가 실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의 종군 기자가 그 상황을 리포팅하게 됐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 하나님 이것은 하나의 전쟁 영화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외쳤다. 실체에 앞선 이미지가 사람들의 정신적인 활동도 바꿔놓은 것이다. 그래서 보르헤스는 “너무 정밀한 지도가 만들어진 나머지 지도가 지구를 덮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는 인터랙션(Interaction)의 시대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집단 지성, 참여, 공유’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키워드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에게 꽂힐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테마나 활동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정의할 수 있을까.
문화인류학자인 캔자스대학의 마크 웨시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문화인류학적으로 가장 빨리, 그리고 조직적으로 연구해서 발표한 인물이다. 때문에 소통도 유튜브를 통해서 한다.
유튜브에 ‘Digital Anthology’라는 주제의 개인 칼럼을 갖고 있는 그는 이곳을 통해 ‘MTV세대(MTV Generation)’와 ‘유튜브 세대(Youtube Generation)’를 비교했다. MTV세대는 자기 중심적이고 세상에 무관심한 데 반해, 유튜브 세대는 의미 있는 것들을 나누고 보살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진정성이 있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예화가 ‘프리 허그 캠페인’이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디지털이 차가운 기술이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디지털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연대감을 준다. 이를 통해 좀 더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아날로그적의 감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공개된 공론의 장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설령 거짓말을 하더라도 금세 발각이 나게 마련이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나눈다. 최근 정보의 창구는 페이스북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관련 업계에 종사하거나 관련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 친구들은 ‘나눌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받게 되는 정보는 이 시점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다. 한마디로 ‘나에게 최적화된 검색 엔진’인 셈이다. 또한 그곳에서는 건전한 토론의 장도 펼쳐진다.
때문에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TV광고를 하듯이 메시지를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은 오히려 유저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또한 유저들에게 그들이 참여할 만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것은 재미가 될 수도 있고, 가치가 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참여’다.
미디어 크리에이티비티 트렌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레볼루션에서도 ‘황금률(Golden Rule)’이 있다. 먼저 판을 제공하고 유저들을 적극 참여시킨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앰비언트 미디어(Ambient Media) 환경을 구성하고, 그들 스스로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올해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도 입증된 것이지만, 소비자가 참여해서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Help Remedy’의 골수 기증 키트는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접근 방법을 몰랐던 이들에게 아주 쉽고 간단하게 골수 기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러 피를 내는 것은 어렵지만, 요리를 하거나 서류를 정리하면서 손이 베었을 때 그 피를 키트에 동봉된 면봉에 묻힌 후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제품 판매도도 올라갔지만, 골수 기증자의 숫자도 세 배나 증가했다.
일반인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서 가치를 전파시키는가 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패턴이다. 얼마 전 빌게이츠재단에서는 칸사무국과 손을 잡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칸 키메라(Chimera)’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공모전의 참가 자격은 전 세계인이다. 연령이나 인종의 구분도 없다. 단, A4 2장에다가 아이디어를 적어내면 된다. 1000여 편의 응모작을 낸 사람들의 직업과 역할도 다양했다. 아이디어의 수준도 굉장히 높았다. 그들은 단순히 무언가를 돕는 일을 넘어 사람들을 얼마나 참여시킬 것인가를 접목한 아이디어를 내어놓았다.
제일기획의 CJ제일제당 ‘미네워터 더블 바코드’ 캠페인 역시 패키지 위쪽에 있는 물방울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음으로써 간편하게 기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인사이트’ 캠페인, ‘삼성생명과 서울시가 함께하는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만들기’ 캠페인 등이 있다.
올해 칸에서 새롭게 개설된 모바일 카테고리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코카콜라 캠페인은 1970년대부터 코카콜라가 일관되게 전달해온 ‘상쾌함을 나누자’는 콘셉트를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실행해 보자는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전통 미디어를 통해 단순히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받으며, 실제 콜라까지 보내주는 것이다. 해시계 원리를 이용한 이마트의 ‘써니세일’ 캠페인이나 던킨도너츠의 ‘플레이보 라디오’ 광고 등도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를 새롭게 개척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