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브랜드는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9.09.09 12:00 조회 1071
네이티브 광고,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전문 용어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광고, PR,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의 뜨거운 테마는 바로 ‘브랜드 – 정말 독특해지기’이다. 호화로운 광고를 만드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잡지를 창간하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만드는 등 브랜드들은 전과 다른 목소리를 다른 방식으로 내고 있다. 온라인, 심지어 오프라인 매거진을 속속 출간하면서 출판사이자 작가가 되려고 하는 브랜드들의 사례를 통해 그 현상과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독자로서의 소비자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빅데이터’를 외치지 않더라도 모바일이 주도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자가 접하는 정보량은 진정 엄청나다. 특히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을 통한 소통이 폭증하고 있으며, 인터넷은 곧 유튜브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복수 스크린(multi-screens)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바에 따라 쉼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다가가기 위해 브랜드들은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많은 콘텐츠들 가운데서 요긴하고 또 흥미로운 정보를 찾기는 힘들다. 흥미로운 정보를 찾는다고 해도 그것들을 제대로 읽어낼 시간이 없기는 하다. 필자 역시 본인 카카오톡과 에버노트에 흥미로운 기사들을 메모해 두지만 과연 읽고 정리할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쓸모 있는 ‘내 정보’는 없는 상황에서 인지 과부화 속 소비자들은 역설적으로 제대로 작성된 ‘읽을 거리’를 갈망하고 있다.  
  
 
▲ 함께하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에어비엔비의 『Pineapple』. ⓒ Airbnb

 
▲ 도시인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잡지 『nau magazine』. ⓒnau.co.kr



작가로서의 브랜드

이제 온오프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브랜드 퍼블리싱이 유행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런데 요즘 움직임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불린 움직임은 콘텐츠와 브랜드를 적절히 섞고 광고 효과를 염두에 둔 미세한 장치들을 넣어둔 것이었다고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아예 브랜드를 떼어버려도 될 정도로 ‘콘텐츠’답다. 브랜드와 연결된 소비자의 삶에 그대로 들어가서 그들이 필요한 이야기를 소신껏 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상으로서의 브랜드’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에어비엔비(『Pineapple』),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나우(『Nau Magazine』), 배달의민족(『Magazine F』)과 직방(『Directory』)은 모두 이런 변화에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본질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배달의민족의 『Magazine F』.
ⓒ 배달의민족 인스타그램 캡처


 
▲ 추억의 뽑기 게임 등 뉴트로 감성을 반영해 인기를 모은 두꺼비집.
ⓒ하이트진로(hitejinro.com) 

한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책 출판에서 더 나아가 환경 문제 다큐멘터리 <댐네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SXSW Film Festival 등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댐들이 실제로는 자연 환경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고 있음을 설파하며 경종을 울렸다. 브랜드가 지면과 온라인을 넘어 영화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 영화를 스폰서하던 간접적 참여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 파타고니아는 다큐 영화 <댐네이션>을 제작해
미 전역에 있는 매장에서 상영했다. ⓒpatagonia.com 

대형 문구잡화점 브랜드인 스테이플스(Staples)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테마로 하는 『Worklife』라는 매거진을 2019년 7월 창간했다. 25만 권의 대규모로 출간을 시작한 이 잡지는 다니엘 핑크 같은 유명 작가들을 컬럼리스트로 초빙하는 등 브랜드 잡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리테일러들에게 맹추격을 받고 있는 스테이플스가 충성 고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길 선택한 것이다.
2015년 우버(Uber)가 창간한 『Momentum』은 당시 15만 명 미국 우버 드라이버들을 위해 창간된 잡지다.우버의 콘텐츠 전략은 상당히 독특한데, 늘어나고 있는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기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우버 이용자들에게는 ‘우버 드라이버는 좋은 사람(good guy)’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및 PR 목적을 지니고 있다. 


 
▲ 스테이플스와 우버가 창간한 매거진. ⓒStaples, ⓒUber 



브랜드 오리지널스 : 이제 독자들에게 콘텐츠 권한을 주자   

‘가치관’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거, 가성비를 외치던 소비자가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치관’을 구매하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교통 수단에 비유하면 ‘버스’였다. 사람들은 단체로 버스에 탑승해서 목적지(구매)까지 함께 졸거나 떠들면서 동행해야 했다. 현재는? ‘택시’에 비유하고자 한다. 정밀하게 마이크로 타깃팅된 개별 소비자들이 각자의 차량에 탑승하고, 또 조금씩 다른 경로로 목적지(구매)까지 이동하는 편리함이 있는 교통 수단인 택시 말이다. 
미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타다(TADA)나 우버 같은 공유 플랫폼이다. 이제 사람들은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종과 드라이버를 고르고 편한 장소에서 원하는 목적지로 달린다. 선두 브랜드들은 소비자를 정밀하게 타깃팅하고, 재미없는 광고를 들이미는 대신 그들의 고민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줄 수 있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는 출판 기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에서 탄생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업과 비상업을 떠나서 많은 작가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날 때 브랜드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낼 브랜드들을 더 많이 만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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