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내 삶을 두 배로 만들어 준 그들이 있기에… "뤼얼리?"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3.10.29 11:11 조회 7694



매주, 매일, 어쩌면 매 시간 쉬지 않고 영화를 보고, 극장을 회사처럼 출근하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고백하건데 어린 시절 나를 키웠던 건 영화가 아니라 8할이 TV 드라마였다. 그건 모두 아버지 탓이었다.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죽이는’ 시대가 오기 직전 나름 ‘얼리어답터’였던 아버지는 ‘한국에도 베타 비디오의 시대가 온다’라고 굳게 확신하셨다. 그리고 일본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그의 손에는 포부도 당당하게 베타 비디오 플레이어가 들려 있었다. 말하자면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다.

불행히도 아버지의 예상(혹은 소원)과는 달리 한국의 보급형 비디오는 VHS 방식으로 결정됐다. 80년대 후반 동네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비디오 가게에 가서 결국 우리 삼남매가 빌려 올 수 있는 영화 비디오는 하나도 없었다. 친구들이 홍금보와 성룡의 깨알 같은 액션에 대한 수다를 떨고, 주윤발과 적룡의 폼 나는 우정을 말할 때 나는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를 녹화해서 보고 또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이 쓸모없는 기계의 최대이자 최고의 기능이었다.

김혜수와 이혜숙이 자매로 나오던 일일드라마 <세노야>를 매일 시간 맞춰 예약해서 보고 또 봤고, 김희애와 손창민의 안타까운 사랑을 담은 <겨울 나그네>는 거의 40번쯤 ‘정주행’과 ‘역주행’을 반복했다. 어떤 드라마들은 장면의 시작만 봐도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였다.

특별할 것 없이 순탄했던 성장기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맛본 것도 모두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어른들의 연애와 사랑의 순환을 목도했고, 대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경험했다. 어렴풋이 사회의 이면을 엿보았던 것도 같다.

그 이후로도 영화 보기를 직업으로 가지기 이전까지 나의 삶에서 드라마는 영화만큼이나 중요한 무엇이었다. 나의 친구는 <올인>이나 <아이리스> 같은 으리으리한 블록버스터 대작보다는 김수현이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혹은 밥을 먹고 치우고 설거지 하는 것으로 20분쯤 잡아먹는 일일드라마였다. 드라마 속 사람들은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언제나 거기에서 함께 있어 줄 것 같은 ‘가족’이었다. 엄마이자 아빠였고, 삼촌이자 고모였고, 오빠이자 동생이었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건 김희애와 손창민이 아니라 <겨울 나그네>의 순수한 연인 다혜와 민우였고, <꽃보다 아름다워>의 고두심이 아니라 답답하게 미련하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엄마 ‘영자 씨’였을 것이다.

그래서 올레 광고 속 한진희가 “데이터가 2배”라고 말하는 순간 이혜숙이 “뤼얼리?”라고 물을 때 그건 데뷔 40년이 넘은 중견 배우 한진희와 이혜숙의 대화가 아니라<금 나와라 뚝딱>에서 티격태격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던 순상과 덕희의 한때로 보인다.

이보영이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나른하게 소파에 앉아 이종석과 같은 대화를 반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또 다른 세상 속에서 허당기 가득한 혜성이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수하에게서 얻는 귀여운 깨달음의 탄식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광고 속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밥솥을 사서 나와 함께 밥을 먹자고, 기적의 화장품을 바르고 20년 어려 보이게 살아보라고, 깃털보다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에베레스트라도 오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타들이 권하는 상품들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권할 때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건 마치 <전원일기>의 양촌리 첫째 며느리가 국물 맛이 끝내 준다고, 좀 맛보라고 숟가락을 들이밀 때 자동적으로 침이 꿀떡 넘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매일, 매주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가족과 이웃, 친구와 연인이 건네는 권유 앞에서는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뤼얼리? 리얼리!







영화 저널리스트_백은하
<씨네21> 기자로 일했으며 <매거진T> <10아시아> 편집장을 지냈다. 특히 배우들에 관한 애정을 가지고, 그들에 대한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배우 전문 기자'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시대 한 56국 배우>, <안녕 뉴욕>, <배우의 얼굴 24시> 등의 책을 썼다.
백은하 ·  제일기획 ·  내가 본 광고 이야기 ·  내 삶을 두 배로 만들어 준 그들이 있기에 ·  뤼얼리?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Trend]소셜 채널에서 활약하는 회장님들(feat.삼진어묵 어금복 회장)
 ‘삼진어묵’ ‘생활맥주’ ‘선양’... 소셜 채널에서 활약하는 회장님들! 글 송한돈 | ADZ 선양 조웅래 회장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 생활맥주 임상진 대표가 출연한 숏폼 콘텐츠 - 어묵장인 이금복 유튜브 채널 인기 쇼츠 최근 SNS 채널에서 CEO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소주 마시는 회장, 릴스 찍는 대표, 행주를 파는 사
[캠페인 하이라이트] MCC 고베식당을 이야기하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실행을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인가? ‘MCC 고베식당’ 프로젝트는 둘로 나뉘어진다. 바로 컨설팅과 실행이다. 그 둘이 함께 붙어 있기에 힘을 발휘한 프로젝트였고, 또한 둘로 나뉘어 있기에 어려운 프로젝트기도 했다. 2010년 4월 27일 매일유업에서 날아든 굵직한 숙제 하나. “우유하던 우리가 카레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지… 총체적으로 해봐!” 그렇게 시작된 숙제는 제일기획으로서는 새로운 ‘제품 컨설팅’ 의 영역이었다. 지금 이 시점, ‘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이라 명명된 우리만의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되어가고 있지만 초기만해도 가뜩이나 압도적 독점브랜드가 있는 시장 상황 속에 제품개발도 완결되지 않은, 유통도 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실로 막막한 프로젝트였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HL그룹 <나를 믿다> 캠페인
  캠페인 한줄평   나를 믿다. HL이 전하는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이야기   ?HL그룹의 과제는?   “이제는 HL그룹을 본격적으로 내세울 차례”   2022년, HL그룹은 한라그룹에서 ‘HL(Higher Life)’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현시대에 발맞추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의 출발점이었죠. 하지만 새로운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현실 고객 경험으로 브랜드 경쟁력 세우는 미디어 전문 솔루션 회사_올이즈웰(ALLISWELL)대표 한주원&오민석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선정, 디지털 사이니지, FOOH 등 최근 OOH 시장은 성장과 더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한 OOH 캠페인과 뚜렷한 비전으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올이즈웰 (ALLISWELL)의 한주원(사진 왼쪽), 오민석(사진 오른쪽) 대표를 인터뷰했다.
성공적인 기업 마케팅 은 브랜드를 지속케 하 는 컨셉에서 나와 빅픽처팀-현우진 대표이사
 광고업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 되는 국내 유일 예비 광고인 양성 기관인 한국광고아카데미 9기가 6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6개 월간 진행된다. 지난 기수 모집 시, 많은 지원자에 비해 모집 인원수가 적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 기수 모집인원 대비 20명을 증 원해 60명을 모집했으며, 1차 서류 심사, 2차 면접을 거쳐 최종인원을 선발했다. 또한 교육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A반과 D반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현실 고객 경험으로 브랜드 경쟁력 세우는 미디어 전문 솔루션 회사_올이즈웰(ALLISWELL)대표 한주원&오민석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선정, 디지털 사이니지, FOOH 등 최근 OOH 시장은 성장과 더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한 OOH 캠페인과 뚜렷한 비전으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올이즈웰 (ALLISWELL)의 한주원(사진 왼쪽), 오민석(사진 오른쪽) 대표를 인터뷰했다.
성공적인 기업 마케팅 은 브랜드를 지속케 하 는 컨셉에서 나와 빅픽처팀-현우진 대표이사
 광고업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 되는 국내 유일 예비 광고인 양성 기관인 한국광고아카데미 9기가 6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6개 월간 진행된다. 지난 기수 모집 시, 많은 지원자에 비해 모집 인원수가 적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 기수 모집인원 대비 20명을 증 원해 60명을 모집했으며, 1차 서류 심사, 2차 면접을 거쳐 최종인원을 선발했다. 또한 교육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A반과 D반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현실 고객 경험으로 브랜드 경쟁력 세우는 미디어 전문 솔루션 회사_올이즈웰(ALLISWELL)대표 한주원&오민석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선정, 디지털 사이니지, FOOH 등 최근 OOH 시장은 성장과 더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한 OOH 캠페인과 뚜렷한 비전으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올이즈웰 (ALLISWELL)의 한주원(사진 왼쪽), 오민석(사진 오른쪽) 대표를 인터뷰했다.
성공적인 기업 마케팅 은 브랜드를 지속케 하 는 컨셉에서 나와 빅픽처팀-현우진 대표이사
 광고업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 되는 국내 유일 예비 광고인 양성 기관인 한국광고아카데미 9기가 6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6개 월간 진행된다. 지난 기수 모집 시, 많은 지원자에 비해 모집 인원수가 적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 기수 모집인원 대비 20명을 증 원해 60명을 모집했으며, 1차 서류 심사, 2차 면접을 거쳐 최종인원을 선발했다. 또한 교육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A반과 D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