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녀를 만난 건, 여름이 막 시작된 7월 무렵이었다. 서영은, 한경일 싱글 듀엣곡 ‘굿바이’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 한동안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면으로 보면 김태희를 닮은 듯하고, 옆모습을 보면 송혜교를 닮은 듯 한 외모 때문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최고 미녀 스타들의 얼굴을 닮았으니 신인 배우 한혜린으로서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기자가 만난 그녀는 “누구 닮았네”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모가 아닌 연기 실력으로 진정한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한다. 어쩐지 잃어버린 열정이란 단어를 88년생 스무 한살의 그녀를 통해 찾은 것 같아 그녀가 당당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신을 믿기 위해 시작한 연기의 길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가 1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사실 첫인상만 보면 차갑고 도도하며, 약간은 내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차갑고 못되게 보인다 같은. 근데 친해지면 다들 하는 얘기가 첫인상과 너무 다르다 예요. 제가 사람들한테 다가갈 땐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대하거든요. 믿기시지 않겠지만 고민상담 전문이에요.”
대학생활을 즐기며 친구들과 한창 어울려 놀 시기에 연기 열정으로 온전히 시간을 할애하는 그녀는 사실 뒤늦게 연기에 눈을 뜬 케이스다. 어린시절부터 눈에 띄는 외모로 주위에서 연예인이 돼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의를 많이 받아 그저 막연한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지, 정말 연예계에 발을 담그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때문에 대학 진학 때에도 학교성적에 맞춰 영문과를 지원하려고 했단다.
그녀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이 때다. 공부 잘하는 그녀에게 재수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재수는 제게 있어 가장 큰 좌절이었어요. 아마 뚜렷한 목적 없이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해요. 배우 제의가 이때 들어왔는데, 제 자신을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여기서 또 무너지면 저는 주저앉아서 일어서지도 못할 거라는 절박함이 있어서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혹독했던 첫 무대
그러나 누구나 거쳐야하는 처음이란 무대에서 그녀는 유난히 혹독했던 현실을 겪었다. SBS드라마 ‘8월에 내리는 눈’에 단역으로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이 전무한 그녀에겐 모든 게 낯설었다. 그래서 밤마다 울기도 많이 하고, 체중도 5kg나 빠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연기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요즘 즐겁다. MBC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에 이어 ‘종합병원2’ 막내간호사로 캐스팅되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선배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며, 연기할 때만큼 진지하게 임하고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많이 욕심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적 있는 LG싸이언 광고를 통해 ‘제2의 김태희’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는 화장품 광고에 도전하고 싶다는 귀여운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 블루칩으로 성장할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