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주 잠시 스쳐 갈 가을이 왔습니다. 다시 추워지기 전, 짧고 소중한 이 타이밍에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오늘은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더욱 멋있어지는 공간 속에서 매년 선보이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10월이면 방문해 보길 추천하는 장소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독서의 계절에 만나는 고종의 서재 < 경복궁 집옥재 >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경복궁이지만, 경복궁 안쪽 깊은 곳에 한시적으로 관람객에게 개방된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청와대 맞은편, 경복궁 신무문 근처에 위치한 ‘옥처럼 귀한 보물을 모은다’라는 뜻을 가진 경복궁 집옥재인데요. 이곳은 고종 황제가 서재로 사용했던 공간이자 약 4만 권 정도의 책을 소장한 왕립도서관이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대중에겐 오랫동안 미공개 공간이었던 이곳을 2016년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1,7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해 봄과 가을, 특정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는데요.
경복궁에서는 집옥재 작은 도서관이라는 명칭아래 고풍스러운 한옥 아래에서 휴식과 독서가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경복궁의 다른 건축들보다 비교적 근대에 축조된 만큼 당시 유행하던 중국풍 양식이 섞인 화려한 형태로 아담한 공간이지만 과거의 흔적을 살피며 간접 체험해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 일부 공간은 대중 개방을 위해 손봤지만 내부의 천정은 당시의 원형 그대로를 최대한 보존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는 집옥재 내 외부 공간 전경. 공간에 비치된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 예술, 왕실 관련 자료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집옥재는 올해 3월부터 정독도서관과 북 큐레이션 및 문화 행사를 기획하기로 업무 협약을 하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방문객들은 고풍스러운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창문 밖 경복궁과 자연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또 계절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사진을 담는 모습 등 조용히 저마다 특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 날씨 좋은 날 방문해 보길 추천하는 곳입니다.
▲ 주제별 책은 물론이고 어린이를 위한 책과 외국인을 위한 번역 책 그리고 쉽게 보기 힘든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이나 규장각 자료 등도 비치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장소 < 덕수궁 돈덕전 >
제주변에는 서울 시내 고궁 중 덕수궁을 제일 좋아하는 장소로 뽑는 분들이 많은데요. 접근 편의성이 좋고 내 외부 공간의 스토리와 함께 전통 한옥과 근대식 건물이 어우러져 있는 덕수궁은 예전부터 다양한 아티스트의 전시가 열린 대표적인 문화 장소인데요. 그렇기에 대중적으로 가장 익숙한 문화유산 중 하나입니다. 그중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덕수궁에서도 가장 안쪽, 작년에 처음 개방된 석조전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양식 2층 건물 돈덕전입니다.
▲ 2017년까지 발굴 조사 후 2018년부터 재건에 들어가 약 6년 만인 작년 대중에게 공개된 돈덕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눈길을 끄는 외관이 덕수궁의 조경과 어울려 그림 같은 전경을 만들어 냅니다.
'덕 있는 이를 후대하고, 어진 이를 믿는다'는 뜻의 돈덕전은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인 칭경 예식에 맞춰 당시의 유럽풍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근대 국가로서의 주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국빈급 외교 사절을 접견하는 교류 공간 및 영빈관으로 쓰였던 곳으로 일제시대 훼손된 것을 고증을 거쳐 지난해 지금의 모습으로 100년 만에 복원되었습니다. 재건된 돈덕전은 과거의 기억을 알리는 상설 전시 공간이자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도서실, 그리고 동시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기획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복원된 공간인 만큼, 대한제국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들로 꾸며져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공간인데요. 특히 올해 10월에는 월트디즈니 코리아와 협력한 ‘미키 인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전시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덕수궁과 디즈니를 주제로 한 협업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가을 날씨에 더욱 풍요로워진 덕수궁 공간 곳곳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여 기억에 남을 경험을 주고 있답니다.
주변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과 연계한 전시들이 많이 열리고 있는 덕수궁. 올 10월에 덕수궁 내 야외 공간과 돈덕전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미키 인 덕수궁’ 전시는 디즈니 캐릭터와 문화유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주제로 현대미술 작가들이 협업하여 문화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즐길 거리가 풍성한 왕실의 중심 < 창경궁 통명전 >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는 고궁은 어떨까요. 10월이면 국가유산진흥원과 궁능유적본부에서는 고궁음악회와 뮤지컬, 발레 등 다양한 공연을 연례행사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창경궁인데요. 소정의 입장료와 선착순 예매가 필요한 뮤지컬이나 발레 공연과는 달리, 통명전 앞에서 열린 음악회는 창경궁 입장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창경궁 중심 안쪽에 위치한 통명전은 왕비의 침전 중심 건물로 내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입니다. 통명전은 '통달하여 밝다'는 의미이자, '옥황상제의 궁전'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요. 창경궁 내전 건축물들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건물로 손꼽혀 조선 중기의 양식적 특징과 그 당시 생활상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조선시대 왕궁 건축 양식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열리는 공연은 좀 더 전통적이면서도 클래식한 감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답니다.
▲ 창경궁 통명전을 배경으로 국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공연이 약 1시간동안 진행된 고궁음악회 전경. 정갈한 건물의 느낌과 앞에 위치한 넓은 마당이 공연장으로써 손색이 없는 장소입니다.
고궁 음악회 외에도 마침 올해는 ‘궁궐 일상 모습 재현 및 체험’이라는 주제로 음력 9월 9일에 지냈던 한국의 전통 명절인 ‘중양절’을 재현한 행사를 창경궁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국화를 진상하고 민가에서는 국화차와 국화전을 즐기는 등 왕실과 민가를 아울러 향유했던 ‘중양절’을 기념해 국화 다례 체험 및 국화 포푸리 체험 등 창경궁 장소를 활용하여 참여형 이벤트를 기획하였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다채롭게 즐기는 방법, 고궁 문화 체험
기상청에서 사계절 길이에 대해 다시 검토한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갈수록 더 더워지는 여름과 추워지는 겨울 사이에서 짧은 가을 날씨는 모두의 인생에서 점점 더 소중한 순간이 되어 가고 있는데요. 우리 문화유산 중에 서울 시내 포진된 고궁만큼 봄과 가을에 더 아름다운 공간은 없을 거 같습니다. 마침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매해 더 업그레이드되어 찾아오고 있으니, 여러분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보시 길 추천 드립니다.?
고궁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 정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 국가유산진흥원 https://www.kh.or.kr/k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