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번째 가을
HS Ad 기사입력 2019.09.30 12:00 조회 1712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연다. 차가운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 들어오며 잠이 덜 깬 눈꺼풀에 일격을 가한다. ‘세월 참 빠르지. 요놈아!’ 시간의 비웃음에 또 한 번 무력해진다. 아침저녁 찬 바람이 분지도 꽤 됐다. 계절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곳은 코다. 훌쩍 훌쩍, 오른쪽 어깨 근처 풍문혈을 통해 바람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콧물이 극성을 부리며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가 시작된다. 지난밤에도 콧물 때문에 전전반측하다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농담 삼아 나중에 자연사하게 되면 아마 이 무렵-백로 즈음-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만큼 언제부턴가 환절기는 힘들다. 이 즈음엔 부고장도 많이 날아온다. 계절의 변화를 몸이 이기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의학적으로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몸도 여름 몸에서 가을 몸, 겨울 몸으로 리셋해야 하는데, 리셋에 실패하면 다음 계절을 누리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리셋이 점점 늦어지거나 어려워진다.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점화플러그를 몇 번은 돌려야 불이 붙는다. 언젠가는 영영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만물의 이치이니 슬퍼할 일도 아니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사실 얼마나 오만한 일인가.(아니면 어리석은 일인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아니고 만물의 일원일 뿐이다. 해도 지고 꽃도 지고 개도 죽고 닭도 죽는데 인간만이 죽음을 한탄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각자들 타고난 본성에 충실할 따름이다. 짚신벌레는 짚신벌레대로 살모사는 살모사대로 그 자체로 합목적적이다. 
 
살인마를 연기해도 얼치기 건달을 연기해도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를 내 기억 속에 남긴 영화가 있다. 90년대 초에 만들어진 닐 조던 감독의 영화 <크라잉 게임>이다. IRA 문제에 동성애(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와 인종차별 등 쉽지 않은 주제들이 미스터리로 섞여 꽤 머리 아팠던 영화로 기억하는데, 너무 오래돼 이젠 스토리도 다 날아가고 몇몇 파편들만 폐차처럼 방치되어 있다. 그래도 그나마 머릿속에 남아 있는 포레스트 휘태커의 대사는 종종 생각이 난다. 아마 대충 이런 얘기였을 것이다.(순전히 나의 각색임을 밝혀둔다.) 
 
…강에 다다른 전갈은 우연히 만난 개구리에게 부탁을 했지. 자기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널 수 있게 해 달라고…하지만 개구리는 그 부탁을 거절했어. 믿을 수가 없었거든. 전갈의 독침이 자기를 죽일 수도 있었으니까. 전갈은 몇 번이고 간청을 했어. 절대로 절대로 독침을 쓰지 않겠다고, 그러면 너도 나도 다 죽을 텐데 그럴 리 있겠냐고 개구리에게 몇 번이고 다짐을 했지. 개구리는 마침내 전갈을 믿기로 했고 전갈은 개구리 등에 업혀 강을 건널 수 있었지. 하지만 강 중간쯤 지나자 전갈은 끝내 개구리의 목을 물었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거지. 자기가 죽을 줄 알면서도 말이야. 본성은 그런 거야. 숨길 수 없는 거지… 전갈은 전갈의 본성대로 산 거고 개구리는 개구리의 본성대로 산 것일 뿐. 
 
말 나온 김에 오늘은 <크라잉 게임>이나 다시 한번 봐야겠다. 코를 풀려면 휴지도 잔뜩 갖다 놔야겠고… 요즘엔 비염 약도 잘 안 듣는다.

HS애드 ·  가을 ·  에세이 ·  와이즈벨 ·  이현종CCO ·  크라잉게임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은반위의 돼지바 “정말 아름답습니다~”
2006년 월드컵 패러디 광고(임채무)로 돼지바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 돼지바 광고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축구에 이어 이번엔 피겨스케이팅을 패러디했다. 모델은 전혀 의외의 인물인 예지원과 로버트 할리(한국명 : 하일). 피겨스케이트 경기 대회 출전한 선수와 코치를 패러디 한 광고에서 예지원은 선수로, 로버트 할리는 코치 역할을 맡았다. 선수로 등장한 예지원은 어려운 피겨스케이팅 동작을 보여주는데, 동작을 할 때마다 코믹한 표정으로 돼지바를 먹음직스럽게 먹는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월간 2023밈] 08월 편 - 그런날 있잖아 폭룡적 더위에 미칠 것 같은 날...
HS애드 광고 완전 폭룡적이다 MZ사진 그런날 있잖아... YCC에 참가하고 싶은 그런날... 기특해 죽겠어 복복복 유병재에게 질문을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광고윤리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광고윤리의 필요성’ 특별 토론회 개최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광고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가져왔다. 미디어는 복잡, 다양해졌고, 광고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광고의 새로운 유형들도 등장했다. 광고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술은 이러한 접점들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게 해 준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광고윤리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광고윤리의 필요성’ 특별 토론회 개최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광고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가져왔다. 미디어는 복잡, 다양해졌고, 광고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광고의 새로운 유형들도 등장했다. 광고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술은 이러한 접점들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게 해 준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5밈] 08월 편 - 지금부터 밈집 시작할테니까 댓글 좀 예쁘게 써줘.
  • AI or REAL  • 우리 애 자랑 좀 할게요 • AI 캐릭터 만들기 • 관세청의 가나디들  • 퇴근길=하룰라라? 출근길=저숭라라? • 영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명예 영국인 백진경  • 캠페인 소개   AI or REAL   지난달 소개해드린 07월 밈집의 내용 중 하나인 AI ASMR, 일명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광고윤리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광고윤리의 필요성’ 특별 토론회 개최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광고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가져왔다. 미디어는 복잡, 다양해졌고, 광고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광고의 새로운 유형들도 등장했다. 광고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술은 이러한 접점들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