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득! 베어 문 순간 떠오른 대박 아이디어
written by 김형태(공공마케팀팀 팀장)
2005년 대홍기획 재입사를 위한 임원 면접. 나는 본인 소개 프레젠테이션에서 ‘내게 가장 많은 상을 안겨준 광고’로 롯데햄의 ‘에센뽀득’을 꼽았다.
1991년에 제작돼 이제 20년이 지난 옛 광고가 됐지만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내 인생 ‘최고의 광고’로 남아 있다.
First is Best! 대체로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일 때가 많다. 에센뽀득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식을 위해 소시지를 입에 넣었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다.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식감과 ‘뽀득’하고 낭랑하게 들리는 소리.
에센뽀득은 1991년 출시 당시 인공 재질의 케이싱(훈제 소시지 껍질)을 사용한 기존 소시지와 달리 양의 내장을 케이싱으로 쓴, 그야말로 제대로 만든 소시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천연 양장피로 만들었다는 차별성을 내세워 프리미엄 소시지로 포지셔닝하기로 했다.
그러나 천연 양장피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천연 양장피가 확실히 경쟁력 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천연 양장피라는 단어 대신에 천연 양장피의 느낌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표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처음 먹었을 때 떠오른 ‘뽀득’이라는 의성어였다.
좋은 제품은 좋은 광고를 만든다
이러한 전략으로 광고주와 공동으로 브랜드 작업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에센스(essence ; 소시지의 정수, 진짜 소시지)’와 ‘뽀득(천연 양장피이기에 가능한 의성어)’을 합쳐 ‘에센뽀득’이라는 제품명을 선정했다.
TV광고는 당시 롯데햄 전속모델이었던 최명길의 진솔하고 담백한 캐릭터를 살려 제대로 만든 진짜 소시지라는 제품의 특징을 별다른 기교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다만 천연 양장피의 식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물에 데쳐먹는다’는 새로운 조리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에센뽀득의 카피는 ‘지금까지 이런 소시지는 없었습니다’로 쓰였다. 당시 AE였던 내 작품이었다. 제작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고서에 올린 광고의 예가 그대로 활용된 카피였다.
인쇄광고는 광고주를 어렵게 설득해 시리즈물을 3가지로 준비했다.
‘끓는 물에 데쳐 먹는 고급 소시지’, ‘천연 양장피로 만든 정통 소시지’ ‘소리까지 맛있는 고급 정통 소시지’로 식감을 살린 촬영과 제품 중심의 정직한 레이아웃으로 에센뽀득의 우수한 제품력을 자신 있게 전달했다.
여담이지만 당시 인쇄광고의 효과를 다소 불신했던 광고주에게 광고 효과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롯데햄 대표이사의 거주 지역에 광고가 실린 지역 무가지를 집중적으로 배포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에센뽀득의 광고를 본 사모님이 대표이사에게 ‘당신네 회사 광고가 실렸네’라고 말씀해준 분에 인쇄광고 효과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었다.
제품과 광고, 광고주와 소비자, 그 모든 요건이 어긋남 없이 맞아들어갔다.
광고의 성과는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월매출액이 정확히 얼마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롯데햄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금도 스테디셀러이자 롯데햄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고 자체도 1991년 4분기 DCC의 TV-CM부문 우수작, 인쇄부문 우수작 그리고 그해 말 DCA에서도 인쇄부문 최우수작, TV-CM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그 다음해 해외연수 자격까지 성취했다.
단일 제작물로 사내상을 4개나 받은, 나의 최다 수상작이 되었다.
흔히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라고 한다. 좋은 광고주란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광고대행사와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광고주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좋은 광고주를 만나는 건 담당자의 복이다’라고들 얘기한다. 내게 있어 에센뽀득 역시 좋은 광고주를 통해 얻게 된 좋은 광고로 기억된다.
이런 말도 있다. ‘좋은 광고주는 좋은 대행사가 만든다’는 말.
고로 좋은 광고란 좋은 광고주와 좋은 대행사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을 때 나오는 광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