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the recession good for creativity?
경기침체가 크리에이티브에 미치는 영향 Ⅱ
최병두 | 영국법인 국장 bd.choe@cheil.com
불경기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광고계의 생각
‘불경기라는 환경이 오히려 좋은 크리에이티브의 탄생을 자극하는가’에 대한 광고업계의 생각은 어떨까?
톰 모튼(Tom Morton, TBWA London Executive Planning Director)은 불경기에는 브랜드들이 순수하게 가치(Value)나 가격(Price)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돈을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에 그들의 광고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브랜드가 더 싸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대중 시장과 같은 소비자 접점이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는 크리에이티브적으로 좋은 환경 요소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콰이어트 스톰(Quiet Storm)이란 광고회사의 CD인 트레버 로빈슨(Trevor Robinson)은 불경기에는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대규모의 브랜딩(Big, Highprofile branding) 활동을 전개할 충분한 돈이 없고 더불어 광고효과에 대해 매우 민감(Super-cautious)하기 때문에 광고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남다른 생각(Think outside of the box)과 힘있는 아이디어(Strong Idea)에 입각한 독창적인 활동(Something Original)을 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불경기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광고주의 생각
한편 광고주 입장은 어떨까?
영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사업자인 T-모바일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Head of Brand and Communication)인 리사 하디(Lysa Hardy)는 불경기는 분명 크리에이티브에 긴장을 주는 환경임에 틀림없다고 인정(실제 모바일 업계는 타 산업 대비 광고비 예산이 크기 때문에 종종 크리에이티브적으로 손쉬운 방안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하는 동시에 경제동향과 상관없이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소비자 통찰(Insight)과 교감(Resonate)을 근간으로 해야 하고 특히 현재와 같은 불경기 상황 하에서는 겉만 번지르르(Flashy)하거나 양(糧)으로 밀어 붙이는(Overproduced) 광고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못 박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독창적인 전략과 남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크리에이티브는 시점이 불경기이든 아니든 예외 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고 회자되며 궁극적으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와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고객의 잠재욕망을 일깨우는 버진 그룹의 광고 캠페인
이런 관점에서 리차드 브랜슨(Sir Richard Branson) 회장이란 걸출한 인물(1950년 출생, 이미 16세에 <스튜던트(Student)>란 잡지를 창간해 벤처 비즈니스로 세상에 이목을 끌었고 1970년대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이후 버진 메가스토어(Virgin Megastores)로 개칭- 사업으로 재산을 불려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36번째 부자에 등록됨.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행보로 사업확장은 물론 버진(Virgin)의 브랜드를 단 독창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직접참여함. 그 결과 1999년 기업가 부분의 기사 작위를 받았고 이어 2002년 ‘100명의 위대한 영국인’중 한 명으로 선정됨)이 이끄는 버진 그룹(Virgin Group Ltd)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행보는 불경기이건 아니건 고객의 잠재욕망을 일깨우는데 필요한 브랜드 활동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버진은 1970년에 리차드 브랜슨에 의해 창립되어 종업원 3만 5000명, 매출 200억 달러(2006년 기준) 그리고 순 자산가치만 50억 파운드(2008년 기준)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버진이라는 공동 브랜드 하에 음료·항공·여행·게임·금융 서비스·영화·인터넷·케이블TV·음악·라디오·출판·화장품·보석·주방기기·소매업 그리고 모바일 사업을 독립 계열사 형태로 보유·운영하고 있다.
이중 영국에서 가장 왕성한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두 브랜드가 있다면 바로 버진 아틀란틱(Virgin Atlantic : 항공 및 여행업)과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 : 무선통신업)이다.
버진 아틀란틱의 ‘Still Red Hot’ 캠페인
버진 그룹과 싱가폴 에어라인(Singapore Airlines)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버진 아틀란틱은 자사의 비행기에 공격적인 마케팅 슬로건을 직접 노출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동안 보여준 주요 마케팅 슬로건은 <표 1>과 같다.
특히 ‘Still Red Hot’캠페인은 2009년 한 해 TV를 통해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전개되었는데, 영화 ‘타이타닉(1997)’의 남자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위조 전문범(지폐, 신분증 등)으로 열연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의 명장면 중 하나인 스튜어디스들과의 단체 워킹(주변사람들의 호응과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을 패러디한 이 광고는 1984년 처녀비행을 한 이래 25년간 버진 아틀란틱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차별적인 ‘재미(Fun)’를 상대적으로 재미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타 항공사에 빗대어(어글리한 항공사 승무원들이 질시의 눈으로 쳐다보는 장면) 유머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버진 아틀란틱은 데일리 메일(Daily Mail)이 2008년 집계한 ‘영국의 최고 인기 20 브랜드(Britain’s coolest 20 brand)’에 12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 새로움을 갈망하는 영국인들의 성향에 잘 부응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버진 모바일의 ‘Fantastic Journey’ 캠페인
버진 그룹에서 버진 아틀란틱 못지않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자회사로 버진 모바일이 있다.
버진 모바일의 모회사는 당초 1999년 창립되었다가 2004년 T-모바일과 버진그룹의 합작(Joint-Venture)으로 버진 그룹의 일환이 되었고(이후 지금까지 T-모바일의 네트워크망을 사용하고 있음), 2006년 NTL 텔레웨스트(NTLTelewest)에 합병되었으나 2007년 최종 버진 미디어(Virgin Media)로 재개명된 브랜드에 소속(자회사로서)된 영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폰 서비스 공급업체(Mobile Phone Service Provider)이다.
1999년 모회사가 세계 최초의 가상 모바일 네트워크(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를 구축했을 만큼 벤처정신의 전통이 남아있는 이 회사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에서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9년 선보인 ‘Fantastic Journey’란 타이틀의 TV광고는 제품속성, 가격과 프로모션 소구 외침(?)으로로얼룩진 전통적인 불경기 광고들과 달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통해 얻게 되는 혜택(End -benefit)을 현실과 환상(Real & Fantasy)의 절묘한 조합으로 구성, 여러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한꺼번에 보는 듯한 착각 속에 누구나 한 번쯤 그 여행에 함께 빠져보고 싶은 갈망을 자극하는 경지로 빚어내고 있다.
We shall have to think!
2009년 <애드맵(ADmap)>이란 광고전문잡지가 조사한 자료 ‘New social trends will emerge as Europe reacts to recession’에 의하면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들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허리끈 졸라매기(Belt Tightening)’를 시도하는 반면, 동시에 매우 긍정적이고 창의적인(Brand with Optimistic & Creative manner) 브랜드에 더 호감을 보인다고 한다.
영국의 2차 세계대전 영웅이었던 처칠(Sir.W.Churchill) 경은 일찍이 “우리 영국은 돈이 없다. 고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We have no money, We shall have to think)”라는 유명한 일언을 남겼다고 한다.
불경기일수록 직접적인 가격 혜택이나 프로모션 제언이 ROI차원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묵은 정설이지만, 오히려 어려운 시기일 수록 인간의 근본적인 꿈과 욕망을 자극하는 역발상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처칠 경이 이야기했던“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We shall have to think)”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