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보면 광고경기의 회복은 올해 4분기부터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민간소비가 완만하게나마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전년동기 대비기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감할 수 있는 회복세는 내년으로 넘어가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정대준 한국투자증권 주식 애널리스트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고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밝아지는 등 심리지표가 바닥에서 회복됐지만 광고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4대 매체의 1분기 광고 취급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27.1% 줄어 작년 4분기(-22.6%)에 이어 크게 부진했다. 2분기 들어서도 상황은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대행하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비는 4월과 5월에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0%, 32.9%가 줄어 2분기가 광고업계의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 할 정도이다. 인터넷 포털은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케이블 방송의 경우 지상파 방송과 별반 다르지 않아 광고업계는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광고업계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지표가 호전됐을 뿐 민간소비는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기준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각각 3.7%, 4.4%가 줄었다. 10%를 상회하는 감소율을 보였던 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이번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취업자수 감소, 가계의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주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려면 소비 회복에 대한 확신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광고경기의 회복은 올해 4분기부터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민간소비가 완만하게나마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전년동기 대비 기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감할 수 있는 회복세는 내년으로 넘어가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계 올림픽, 월드컵, 하계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는 점도 광고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광고경기 회복세가 장기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장기적인 성장세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광고경기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민간소비의 위축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실질 기준)는 97년 외환위기 이전인 90~96년에 연평균7.6%에 달하는 고성장을 지속했지만 2000년대 들어 연평균 3.0% 증가에 그쳐 저성장 단계로 진입했다.
이로 인해 실질 GDP 대비 민간소비의 비중도 90년대 약 57.0%에서 08년에는 48.4%로 급격히 하락했다. 국내 민간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광고시장의 궤적도 이와 비슷하다. 국내 총 광고비(제일기획 집계 기준) 는 외환위기 이전인 90~96년에는 연평균 18.8%씩 빠르게 성장했으나 월드컵 붐이 있었던 2002년 이후에는 연평균 3.1% 증가에 그쳐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소비의 장기침체 속에서 성장동력을 잃고 주기적인 부침을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광고시장의 규모는 96년에 명목GDP 대비 1.25%에 달했으나 이후 급락해 08년에는 0.76%에 머물렀다.
민간소비 침체의 원인으로는 가계의 소비여력 약화, 고용 창출력 약화, 소득불균형의 심화,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 등이 지적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08년 8월 27일자 보고서‘장기적 소비부진의 원인분석’). 문제는 상기 요인들이 과거 오랜 기간 누적된 것으로서 단기간 내에 일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광고시장의 바탕을 이루는 민간소비가 장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광고시장도 주기적인 부침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올해 광고업계는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회복,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의 효과로 광고경기는 체감할 수 있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불확실하며 밝지 않아 보인다. 광고시장의 바탕을 이루는 민간소비가 구조적인 부진 요인들을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