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mer] 다른 눈으로 경계 허물기
개인AE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은?
올해로 광고를 시작한 지 21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AE상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이 열심히 해서 받은 상이다. 광고는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에서 ‘나’는 없다. ‘우리’만 있을 뿐. 젊은 팀원들과 함께 AE로서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광고를 만들면서 다른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바람기를 잠재우지 못하고 고민한 시간이 많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 일이 내 일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진행한 광고들의 기획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먼저 비비안은 기존에는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 빅 모델을 기용해 그들의 이미지를 잘 활용해온 광고다. 하지만 업계가 성장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얼굴이 절실해졌다. 고민 중 역발상으로 크로스 모델 전략을 써서 소지섭을 기용, 남자 모델의 시각으로 제품을 설명해 좋은 반응을 거둘 수 있었다. 일본관광청 J–ROUTE도대표 여행지를 나열한 기존의 관광청 광고를 잊고, ‘일본에서 놀자’는 캠페인으로 새로운 여행지의 매력을 알린 차별화 전략을 썼다.
롯데면세점은 한류 마케팅의 시작이자 가장 성공한 사례로, 면세점을 ‘물건 파는 곳’이 아닌 한국 관광을 유도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인식을 전환했다. 광고라는 범위를 벗어나 한류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접근한 것이 성공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광고와 AE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KBS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다가 광고연구회 서클 선배의 열정적 모습에 매료돼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선배들의 현업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매력을 느끼다 보니 자연스레 광고인이 된 것 같다. 3년 차쯤 되었을 때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광고를 제대로,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방황을 마치고 돌아왔다. AE 일은 방향의 키(Key)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의 방향을 끌어가는 것이 AE다. 광고의 시작도 AE지만 그 마무리도 AE의 몫이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동시에 타 부서에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방향을 정하는 자유로움이 있는 반면 그만큼 총괄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결과물에 대한 기쁨도 크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가?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발견한다. 나이키 골프 PT를 준비할 때는 골프장에 찾아가 동호회 사람이나 업계 전문가를 만나서 직접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인터넷 정보나 단발성 소비자 조사 자료에 의존한 데이터는 솔루션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디테일을 파고든다.
또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게 여행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비비안 광고를 1996년부터 담당했다. 한 브랜드를 17년 동안 담당하는 AE는 많지 않기에 오랫동안 기회를 주고 믿어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하다. 한 브랜드가 성장하고 성숙한 뒤, 리프레시되는 과정까지 지켜봤으니 비비안은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이자 많은 에피소드를 가진 브랜드기도 하다. 비비안 광고는 모델 선정이 관건인데, 한 번은 톱 여배우가 광고에 출연하기로 해서 광고주와의 애뉴얼 프레젠테이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배우가 돌연 출연을 거부해 비상이 걸렸다. 어떻게든 설득하고 다시 광고에 출연시키기 위해 그 배우와 관련한 모든 루트를 동원한 뒤 그녀의 동선에 잠복근무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만나 결국 계약에 성공, 광고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AE에게는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사건이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광고는?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면 더 잘 알게 되고, 아는 것이 느는 만큼 더 잘하게 된다고 믿는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공사나 관광청 등 여행 관련 광고를 더 진행하고 싶다. 당장 떠나고 싶게 하는, 짐을 싸게 하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떤 광고를 만들든 팀원과 더 많이 소통해서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찾아내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Word by 권정미(편집부) Photographer 한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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