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신문을 봐도 신문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TV광고들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부터 신문광고가 TV광고의 보조매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한마디하고 넘어가야겠다. 신문광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설득’’이다. 신문광고는 소비자를 설득하여 신뢰를 쌓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것은 곧 세일즈와 연결시키는 첨병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신문광고가 이렇게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번째 이유는 닷컴광고와 통신광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은 굴뚝산업이었다. 광고 역시도 제조업체의 상품광고가 주류를 이루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품을 팔기 위해서 광고는 상품의 U.S.P를 조목조목 알려야 했고, 이성적인 설득작업을 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고관여 제품들의 광고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전하고 무수히 많은 닷컴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의 마음이 아닌 눈길을 잡는 것이 신문광고의 목표가 되었다. 누가 얼마나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말과 그림으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느냐가 광고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저관여 제품들의 광고가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바로 소비자의 광고를 보는 자세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광고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광고를 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광고가 더 재밌어요"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의 말...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비자에게 훌륭한 영업사원 노릇을 하던 폭스바겐의 광고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신문광고, 역시 세일즈맨쉽이 있어야 한다
막내카피라이터가 신문광고 하나 들고오며 이런 말을 한다. "누군지 몰라도 이 카피라이터는 참 고생했겠다!" 얼핏 곁눈질로 보니 튼튼영어 광고였다. 전면을 가득 메운 카피들, 조목조목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카피들, 소비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먼저 알아서 풀어나가는 카피들, 그리고 많은 카피량에도 술술 읽혀나가는 그 노련한 카피들...나는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카피라이터는 얼마나 행복할까" 카피라이터는 철저히 세일즈맨이 되어 소비자와 만나고 있었다.
튼튼영어 광고를 보고있으려니 ’’과학적 광고’’에서 클로드 홉킨스가 말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것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진리일 수도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광고 자체를 세일즈맨으로 취급하라....(중략)...광고는 인쇄된 세일즈맨십, 즉 광고의 경우나 실제 세일즈맨의 경우나 마찬가지다.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 훌륭한 세일즈맨인 경우는 별로 없다. 그들은오히려 구매자를 질리게 한다. 팔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의혹만 살뿐이다. 성공한 세일즈맨들 중 명연설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자신의 고객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하는 평범하고 진지한 사람들일 뿐이다. 광고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매체의 고정관념을 깨는 크리에이티브-패션광고의 신문광고
10월 신문광고 중에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다. 에르메스와 프라다 광고였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패션명품 브랜드들의 광고였다. 고급 잡지에서만 익숙하던 패션광고가 신문 전면에 심심찮게 등장한 것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비주얼이미지가 전면에 깔려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왜 이 광고가 주는 느낌이 이토록 강렬할까? 그것은 신문이라는 매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명품광고들의 영역은 잡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에르메스와 프라다는 과감히 잡지의 틀을 깨고 신문을 통해 이미지광고를 게재했다. 그 전략이 무엇일까?
타겟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타겟의 라이프스타일을 쫓은 것일까? 아무튼 분명한 것은 매체에 대한 관념을 깨뜨린 것 또한 멋진 크리에이티브였던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5년전, 생활화장품을 표방한 주비스가 화장품광고로는 드물게 본격적으로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다. 그들의 타겟인 30대 주부들이 오히려 잡지보다도 일간지에 대한 접촉률이 높다라는 판단에서 과감히 미디어믹스를 시도한 것이었다. 결국 그 판단은 적중했고, 미디어믹스라는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실례를 남겼다.
디지털광고의 뒷면에 환경친화 광고가 있었다
동전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듯 세상의 이치도 그러한가 보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요즘 광고의 화두는 인터넷이다 통신이다하며 디지털 일색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반대적인 면도 우리 곁에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품광고에서는 무공해, 유기농이 화두이고, 어느 제지회사에서는 10년 넘게 숲에 대한 광고를 하고 있고, 기업PR에서는 우리의 강산을 보여주는 광고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눈을 아니 마음을 끄는 자연친화광고가 신문에 게재되었다. 바로 풀무원광고이다. 자연을 담는 그릇이라는 큰 테마 아래 자연 친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장기간에 걸쳐 시리즈물로 게재하고 있다. 어떤 미사어구도 없이 꾸미지 않은 순수한 말로 자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카피나,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한컷의 사진에 담아내, 요란하고 화려한 레이아웃보다는 가장 베이직한 레이아웃으로 구성한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가 자연인 듯한 느낌이다. 참 치밀하게 짜여진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더 크게 이야기하는 풀무원 광고에게 응원을 보낸다.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광고가 있었다
100마력의 파워, ABS 기본장착으로 더욱 안전한! 충돌테스트 별 다섯 개 획득! 신문 어디를 찾아봐도 이런 말 한마디 없는 별난 자동차광고를 만났다. SM3광고이다.
왜일까? 단순히 정보전달에만 그치고,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짧은 말 한마디로 소비자의 마음을 설득하는 SM3광고, 튼튼영어와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듯 하다. 오늘, 우리는 신문광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조차도 신문광고를 지겹게 생각하는 지금은 그야말로 신문광고의 암흑기이다. 다시 베이직으로, 다시 세일즈맨으로 세상에 진지하고 노련하게 말을 걸자. 신문광고여, 침을 뱉어라! 광고회사의 칼라는 TV광고보다 신문광고로 더 잘 보여진다. 내일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 당길 수 있는,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신문광고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