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 영화의 정사와 기록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극영화 가운데 우수한 시나리오를 선정하여 1983년부터 매년 ≪한국 시나리오 선집≫을 발간하고 있다. 2003년 한국시나리오 선집에는 총 10편의 시나리오가 선정되어, <선택>,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와일드 카드>, <싱글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4인용 식탁>,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 보이>, <실미도>가 수록되었다. ≪한국시나리오선집≫은 2003년 한국 영화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동시대에 가장 뛰어난 작품성과 시나리오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편찬위원(가나다 순)
노효정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유동훈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시나리오 작가
이상용 영화평론가
이정국 영화감독
주유신 영화평론가
책의 특징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를 만든 홍기선 감독이 오랜만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란 감옥 안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비전향 최장기수인 김선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엮은 <선택>은 이 땅에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선명은 25세의 나이에 유엔군에게 생포되어 70세의 나이로 감옥에서 나오기까지 45년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국방경비법에 의해 15년형을 선고받은 김선명은 2년 후 간첩 혐의가 추가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후 무기로 감형된다. 서울 구치소에서 마포 형무소, 대구, 대전, 목포를 거쳐 대전 교도소에 모이게 된 비전향수들은 잦은 다툼은 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말이 45년이지 그 모든 삶을 영화로 그려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어서, 영화는 몇몇 장면들과 에피소드들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가 은근히 힘주는 대목은 감옥에서 보낸 45년의 세월이 한국 전쟁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압축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군사 정부와 1980년대 광주를 거쳐 수차례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향서에 서명할 것을 권유받았던 김선명은 질곡의 역사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겪어야만 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음화(陰畵)다. 특히 박정희 정권 아래 새로운 전담 반장이 된 오태식은 온갖 방법으로 비전향수들을 전향시키려 하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결국 오태식은 교도소 내 깡패 잡범들을 이용해 이들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가하기 시작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감옥에 갇힌 동지들은 하나둘 자신의 선택을 철회하기 시작한다. 종달이의 딸 선미는 종달이를 찾아와 더 이상 자신들의 삶에 걸림돌이 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남영만은 미쳐버리고, 비전향수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영운은 처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이러한 비인간적 상황에 분개한 김선명은 독방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하고, 마침내 교도소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희망을 말하지는 않는다. 비전향 장기수에게 통일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선택>은 단순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비극적인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어두운 상황이지만 희망을 품은 가슴 아픈 명대사가 마음을 당긴다. “선택은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쪽을 버리는 것이다.” “살려고 하면 더 비굴해질 뿐이죠.” 45년의 세월 속에서 피워내는 김선명의 대사는 어느새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매력은 인물들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자료 준비를 거쳐 오랜 시간 동안 녹여내었다는 점이다.(중략)
_<작품 해설>중에서
목차
2003년 한국시나리오선집 심사 총평
본문
작품해설
제작_영필름, 신씨네(주)
감독_홍기선
제작년도_2003년
나오는 사람들_김선명, 이영운, 오태식, 안학섭, 종달이, 남영만, 고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