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람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4명의 친구가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단다. 편리상 순위를 매겨보면 첫 번째가 닥터다. 건강 보디가드 프렌드니까 말이다.
두 번째가 엔터네이너다. 언제나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성을 전해주는 연예인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다음은 로이어라고 한다. 혹여라도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든든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될 친구는 바로 요리사다. 먹고 마시길 보통 2~3시간씩 즐기는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처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존재는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아흔이 넘으신 나의 어머니는 아직도 전기밥솥을 신통방통(?)하게 생각하신다. 6.25전쟁 당시 피난 중에 어머니가 어린 자식들 밥해 먹이려고 처음 땔감 나무를 구하러 갔을 때 그렇게 통곡을 했더란다.
어머님은 당시 서울여상을 졸업할 만큼 부잣집 공주로 고생 모르고 자란 분이셨다. 눈 덮인 미끄러운 산에서 낫을 아무리 휘둘러도 나무가 베어지지 않자, 낫 놓고 기역자 말고 낫질을 왜 가르쳐 주지 않았냐며 울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1960년대 구공탄이 등장하면서 처음 연탄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당시 연탄은 가장 고마운 에너지였지만 가스 사고가 잦아 조심조심 다뤄야만 했다. 연탄은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야 할 만큼 활활~ 불붙지 않았고, 간혹 꺼뜨리기라도 할라치면 한 끼 굶는 것은 일쑤였다. 골목마다 연탄재가 쌓이는 것도 문제였다.
1970년대 비로소 전력의 여유가 생기면서 의식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자집 사모님들은 일본 히트 상품인 전기밥솥을 갖고 싶어 야단이었다. 소니 TV에 일제 선풍기, 전기밥솥 그리고 GE 냉장고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당시 뉴스 중에는 일본에서 코끼리 밥통을 사들고 오다 적발됐다는 기사가 종종 있었다. 밥통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밥통(?)같던 우리였지만, 지금은 한국 전기밥솥을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가느라 야단인 시대다.
장동건 씨가 모델인 쿠첸 광고를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다. 처음엔 프리미엄 오디오 광고인줄 알았다. 환희의 송가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면서 장동건이란 대형 스타가 젊은 카라얀처럼 지휘를 한다. 하긴 밥 짓는 일이야말로 환희적이고, 아름다운 행동 아니겠는가. 또 그가 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신사의 품격>에서 나오는 김도진을 보는 것처럼 어린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함께 맛있게 먹는 행복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녹음을 하는 성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아쉬운 점도 있었다. 취사가 완료됐다는 여성의 멘트가 나에게는 왠지 사무적으로 들려 제품의 금속성(?)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따스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였으면 어땠을까. 카피도, 쿠첸이 주방을 변화시켰다고 표현했는데, 주방이란 좁은 공간의 프레임 말고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로 좀 더 확장시켰으면 어땠을까.
제품에 대한 공신력도 그렇지만, 워낙 고급스러운 쿠첸이어서 집안 전체를 세련되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혹 쿠첸 TV광고 때문에 혼자 사는 솔로족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 대상보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힐링인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파트너 쿠첸, 이제 너만 있으면 되거든 하면서 말이다.
[내가 본 광고 이야기]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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