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3초의 음미, 알싸한 감동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1.10.17 04:14 조회 7737







유난했던 여름이 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름은 짧았고 우기는 길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스콜성 폭우는 내게 여름을 뺏어갔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그래, 이놈의 비가 여름 밤, 일과를 마치고 맥주 한 잔하는 내 즐거움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다. 나쁜 비, 서운한 여름.

나는 맥주 애호가다(다른 술들이 서운해할지도 모르지만 ‘미안해 얘들아, 사실은 맥주가 내 퍼스트야’). 내 첫사랑도 맥주였고 즐겨 찾는 애인도 맥주인 셈이다. 처음으로 마신 술을 기억해 보면 고등학교 2학년 경주에서 만난 그녀, OB맥주다. 허리띠를 이어 아래층 슈퍼마켓 아저씨와 내통한 경주의 수학 여행 그 밤. 난 금녀의 방안에 그녀를 불러들인 것이다. 순수의 청(소)년은 3초의 음미는커녕, 3초 후 알딸딸, 3분 후 만취였다. 그래도 못 잊는 알싸함. 내 기억의 첫 만남에는 그런 추억이 남아 있다.

맥주는 가볍게 마시는 술이다. 그래서 자주 마시고 그래서 두주불사(斗酒?辭), 이 몸도 맥주를 사랑하게 됐다. 마트를 가서 아내와 장을 볼 때 소주를 박스로 사면 매우 혼난다. 그런데 맥주를 박스로 사자고 하면 물병이 벌크로 붙어 있네, 땅콩캔 안주가 덤으로 오네 하면서 골라준다. 또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이들이 모여 일하는 동네인지라, 디자인 할 때, 영상편집 할 때, 촬영 할 때, 잘 안 풀리면 맥주 한 캔 들고서 홀짝거리며 진행한다. 소주 한 병 들고 홀짝대면 다들 놀라겠지만,맥주 한 캔 들고 있으면 한 모금 달래는 사람, 꼭 있다.

해외 출장지에서도 일과 뒤 마무리는 맥주 한 캔이다. 호텔 숙소에서 뭐라 하는지도 모르는 자국방송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마시는 맥주 맛은 그야말로 일품.

맥주 맛은 알싸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 음… 이거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한마디로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꺼억~’보다는 ‘캬~!’하는 감탄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한 캔 정도는 안주가 없어야 맛있다. 이 정도까지 호응이 되시면 덧붙여 원샷! 영어로 하면 보름섭(Bottoms up)!하셔야 한다. 이 삼박자가 내 기호엔 가장 맛있게 마시는 맥주 한 캔이다.

그런데 최근, 내 잃어버린 맥주의 즐거움에 불을 땡긴 광고가 보였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여름밤에도, 귀뚜라미가 매미처럼 크게 짖어대는 요즘 가을밤에 공유가 나왔다. 보기에도 시원한 분수의 앞 열에서 장엄히 원샷을 해대신다. 언제 제대했나 싶을 정도의 적당히 긴 헤어스타일로 안주 없이“캬~!”를 외치신다. 그 이름도 돋는 OB맥주를 제대로 들이키시며 텔레파시를 쏘신다. ‘들어봤나! OB골든라거?’요즘 한 돈에 25만원씩이나 하는 금인데, 이 맥주는 그 이름도 골든라거!

3초를 음미하라는 카피는 3초 안에 사서 마셔봐!라고 하는 듯하다. 이미 TV속에 1. 2. 3 숫자가 지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따라하는 내 가슴이 벌렁댄다. 공유랑 같이 하나, 둘, 셋 하며 원샷! 하지만 더 이상 맹물을 같이 들이킬 순 없다. 이제는 선택할 시간, 참을 때로 참았다.

이번 주말엔 반드시! 다 죽었어. 골든라거!

제일기획 ·  맥주 ·  골든라거 ·  OB ·  공유 ·  3초 ·  카피 ·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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