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라는 이름의 우주
Cheil Worldwide, 2009년 07월, 402호 기사입력 2009.08.20 10:03 조회 3834
박병국ㅣThe SOUTH 제작그룹 대리 bk21.park@cheil.com

때는 2009년 봄. 엑스포에서 소화제까지, 놀이동산에서 금융까지 다양한 광고주와 브랜드를 취급하는 광고게의 순돌아빠 박 아트는 출근하자마자, 여느 때처럼 메일을 보고 있었다.

'비아구라 비교자료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스팸메일을 지우려는 순간, 어라? 익숙한 AE의 이름이 발신자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랬더랬다. 박 아트는 남성용 발기부전치료제 인쇄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중 아니던가?

광고계의 F4라 불리는 4명의 유부남과 1명의 꿈잔디로 구성된 A모 CD팀은 처음 OT를 받던 날 치료제 한 알을 가운데 두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직접 음용한 후 그 효과와 놀라운 '성능개선효과'를 알려줘야 할텐데, 건강남을 자처하는 유부남들은 코웃음을 치며 본인은 필요없다 말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박 아트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용감히 직접 임상실험에 임하는 수밖에...

물론 인사이트에 충실한 완성도 높은 광고를 만들고자 하는 100%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약효가 머리 쪽으로 전이되었는지 아이디어가 '불끈불끈' 샘솟고 카피는 '용솟음'치며 내놓는 썸네일마다 비주얼 요소가 '힘있게'자리잡은 것이, 역시 제품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했던 박 아트.

역시 때는 2009년 봄. 유난히 조심스럽게 설명을 하는 담당 AC와 눈을 반짝거리며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건강남을 자처했던 얼마 전의 그 유부남들 그리고 우리팀의 유일한 여성인 얼마 전의 그 '꿈잔디'는 제품을 만지작거리며 회의를 하고 있다. 광고할 제품의 정식명칭은 탐폰(Tampon).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한자로 지혈전(止血栓)이란다. 처음 접하는 제품만큼이나 생소한 명칭이다.

그날 회의에서 유일한 경험자인 막내 팀원 꿈잔디에게 이래저래 질문을 해보지만 도통 감이 안 오는 건 매한거지. 자료 조사의 차원에서 여성의 신체구조도를 당당하게 모니케에 띄어 놓았던 박 아트는 퇴근 후 와이프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본다. 간만에 불붙은 그녀는 '남성중심 권력구조사회와 학대 받는 여성의 신체'라는 주제의 두 시간짜리 강의를 펼쳐 놓는다. 그날 박 아트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의 고충과 본인의 무지를 절절하게 실감한다.

탐폰과 발기부전치료제, 흔히 접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국 우리가 널리 알리고 사게 만들어야 할 많은 제품 중 하나일 뿐이다. 누군가의 편안함과 환희를 상상하며 친철하게 알려줘야 할 가치의 집합체라 생각하면 별 감흥없이 쿨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과정이겠지만 직업병처럼 제품을 책상에 늘어놓고 수사요원이라도 된듯한 자세로 프로파일링하며 생각을 다듬어가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돼서 오만가지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남의 입장에 되어보는 것은 이 직업이 주는 매력이기도 하지만 한계를 접할 때마다 높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느껴지는 답답함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착한광고는 그만! 지금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못된 광고'를 만들어보자!고 맘속으로 혼자 외쳤던 '2007 이태원선언'이 무색하게 그냥 흘려 보낸 수많은 기회들. 멋진 광고주와 독특한 소재만 걸리면 당장이라도 히트캠페인을 만들 듯 투덜거렸지만, 실컷 거드름을 떨다가도 생소한 것을 접하면 급히 꼬리를 내려버리는, 빈 구석이 더 많은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에서 다른 이의 맘속을 읽을 수 있게 된 멜 깁슨은 영화에서 승승장구하는 광고인이지만 영화 속 놀라운 능력이 그에게 준 선물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능력으로 인해 변화된 그 자신이라는 것. 열심히 광고를 할수록, 남을 이해하면 할수록, 본연의 내 모습과 더 가까워지는 경지에 나도 이를 수 있을까? 아. 모르는 것투성인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로 가득 찬 광활한 우주! 나는 그 광대한 우주를 흐느적흐느적 우영하며 "탐폰은 하얀빛이다~"를 외치는 가가린이어라!
광고인 ·  에세이 ·  크리에이티브 ·  아이디어 ·  탐폰 ·  우주 ·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40살이 40살로 보이는 굴욕
글 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씨세븐플래닝즈 日 꽃미남 기무라 타쿠야 안타까운 근황? 헤드라인이 던진 미끼를 덜컥 물고 포털 사이트의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결론은 일본 대표 꽃미남이었던 배우 겸 가수 기무라 타쿠야(木村 拓哉)가 50대가 되어 아저씨 모습이 됐다는 이야기다. 하아-.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나왔다. ‘이 정도 대스타는 나이를 먹고 아저씨가 된 것만으로도 뉴스가 되는구나?’ 이런 마음도  짧게
AI는 거들 뿐
글 채용준 CD|NUTS 2022년 Open AI가 ChatGPT를 공개하면서 이를 광고에 활용하는 사례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쓰일 스토리를 작성하고, 키비주얼을 만들고 카피도 작성시키는 등 조금씩 스며드는 중입니다. 특히 반복 소모적인 업무를 AI를 통해 대체하려는 시도가 많은 대행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AI가 광고인들의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인식도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또 하나의 카메라가 될 AI, 사진 관점에서 정의하다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 이미지 생성은 이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등 이미 사람들은 많은 생성형 AI 툴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생성형 AI의 등장이 광고 사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랫동안 광고 사진업에 종사하며 전자 제품, 화장품 등의 광고 사진을 찍어왔고, 최근에는 AI를 접목한 광고 사진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스튜디오 준세이(JUNSEI)의 대표 박윤철 포토그래퍼를 인터뷰했다.
성공적인 기업 마케팅 은 브랜드를 지속케 하 는 컨셉에서 나와(3)
  이노레드는 김태원 전 구글코리아 전무(Director)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대표는 지난 18년간 구글에 재직하며, 유튜브를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등 구글코리아의 압도적인 성장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운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김 신임 대표는 이노레드에 합류하여, 사업 전략과 미디어 사업 총괄, 마케팅솔루션 분야 투자 확대, 글로벌 사업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