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Cheil Worldwide, 2009년 06월, 401호 기사입력 2009.07.13 10:21 조회 4421
최인아ㅣ제작본부장 전무 namoo.choi@cheil.com

저는 언젠가 사보에, 의미를 찾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할 확률이 적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왜 하는지 의미를 구하고 마침내 발견하면, 일이 안 풀리고 지칠 때, 그리고 방황할 때, 바람 부는 대로 흔들려 스러지지 않도록 붙잡아줄 뭔가가 돼 준다고도 썼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오래도록 잘하기 위해서는 그 일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드시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었고요.

예전에 썼던 문장을 다시 끌어 낸 것은, 최근에 강상중 교수의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인데요, 그에 대해서는 관심만 갖고 있다가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습니다.

인상적인 사유와 글인데요, 이 책에서 그는 우리 각자가 일생을 살면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아홉 가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청춘 시절부터 그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두 사람의 대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저작들을 교차로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동시대를 살았으되 한 사람은 일본의 작가로, 또 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학자로 산다 간, 그러면서 똑같이 대가로 칭송되는 두 사람의 저작을 21세기 사람인 강교수의 시선을 통해 다시 들어 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대가들이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시했다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고민하는 힘>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그의 전공인 정치학 책이 아니라 일종의 에세이이므로 심각하지 않고 쉽게 읽힙니다만,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아홉 가지 주제 중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라는 장이 제게는 특히 ‘의미’가 있었는데요, 서비스 업의 특성을 말하는 대목이 더욱 더 그랬습니다.

저는 지식 산업이라고 주장합니다만, 광고 비즈니스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업으로 분류됩니다. 서비스업이라고 하면, 식당에서 손님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더라도, ‘네, 알겠습니다, 손님’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우울해 집니다. 우리는 그저 친절로써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강 교수의 서비스업론을 대하니 제 생각에도 좀 변화가 생깁니다.

전문가란 아시다시피 어느 한 분야에 ?통한 사람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런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내며그런 인간을 키우는 교육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란 좀 달리 보면 인간 역량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데, 강상중 교수의 생각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어디까지’라는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그는 대학 교수라는 자기의 직업도 서비스업으로 말하는데요, 강의실에서 수업 열심히 하는 게 끝이 아니고 진로 상담이나 인생 상담이 끝없이 어어진답니다. 미용사나 이발사 같은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직업들도 머리 깎는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라구요. 손님을 만족시키려면 상대의 나이와 직업, 상황 등을 헤아려서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지를 생각하는 능력과, 머리를 만자는 동안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대화의 능력 등 여러가지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런 능력들이 종합되어야 비로소 그 사람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고요.

손님 중에는 머리하는 동안 얘기하는 게 즐겁다는 이유로 단골이 되는 사람도 있겠는데, 그럴 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했던 거고요. 이처럼 서비스업은 전문가의 세부적인 능력 뿐 아니라 모든 능력을 망라해야 한다는 시각인데, 광고를 서비스업으로 보는 걸 거부해온 제게는 그의 생각이 꽤 의미 있었습니다.

막스 베버는 전문화, 세분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은 단면적인 사람이 되기 쉽고 그래서 자기 인격의 일부만을 쓰기 쉽다고 했지만, 서비스업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면 전인격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상중은 갈파합니다. 요즘 우리 회사가 주창하는 ‘통섭’과도 맥이 닿지요?

아마 이래서일 겁니다. 재능과 재주, 그 분야의 전문지식이 퍼포먼스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는 이유가 말이죠. 특히 우리같이 클라이언트를 모셔야 하고, 게다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성과를 내야하는 업의 경우는, 더더욱 전인적인 능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그저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프로세셔널 제널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주장처럼 말이죠.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도 어려운데 너무 버거운 주문일까요?

일 못한다 소리는 안듣지만 멘탈 콘트롤이 안돼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왕왕봅니다. 그런 분께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참에 고민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바꿔 보시라는 어드바이스와 함께요. 뭐 저도 사이클이 자꾸 가파르게 변해서 고민이긴 합니다만….
고민하는 힘 ·  서적 ·   ·  도서 ·  행복의 의미 ·  대가 ·  서비스업 ·  통섭 ·  프로세셔널 ·  저널리스트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에 맛을 넣다.(원명진 부장, 레오버넷)
  광고에 맛을 넣다. 원명진 CD (레오버넷 부장)       # 1.우연과 운명사이 “애초부터 광고를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감일까? 광고가 그의 운명이라는 뜻일까? 어쩌면 광고는 그의 재능이 발휘되었던 하나의 수단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그의 말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
이노션, 강남대로 최대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 론칭
  -디지털 아트 캔버스로 새롭게 태어난 옥외 전광판 - 이노션이 서울시 강남대로에 최대 규격 및 최고 화질의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을 새롭게 론칭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은 이노션이 자체 운영하는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로, 강남역 사거리 몬테소리 빌딩에 설치된 기존의 전광판을 리뉴얼해 재탄생했다. 총 면적은 337.5㎡로
대홍기획 7월 새 소식
 제41회 DCA(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 개최 대홍기획이 국내 대표 대학생 공모전인 제41회 ‘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이하 DCA)’를 개최한다. 대홍기획은 1984년 제정된 DCA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40여 년간 수많은 수상자와 광고 전문가를 발굴해왔다. 올해 대홍기획은 광고 마케팅의 패러다임 전환 및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전통적인 광고 형식에 한정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기술, 예술에 다가가다 삼성 The Frame x 아트바젤 캠페인
제일기획 이기환 프로(비즈니스 6팀)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TV 제품군에 대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일상에서 제품을 활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때론 전문성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의 강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The Frame(더 프레임)은 ‘Art TV’라는 콘셉트의 제품으로, 마치 미술 작품을 걸어둔 듯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액자를 닮은 베젤
[The Best Creative] 세스코 ‘독약전달의 기술’ 편
지적인 다큐로 승화시킨 웰메이드 광고 광고회사 ‘TBWA KOREA’가 기획하고 프로덕션 ‘617’이 제작한 세스코의 ‘지효성 방제_독약전달의 기술’ 편(이하 ‘독약전달의 기술’)이 선정되었다. 본 작품은 여왕개미의 먹이를 미리 맛보는 기미상궁 개미를 통해 살충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로 기존 해충에 대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기술, 예술에 다가가다 삼성 The Frame x 아트바젤 캠페인
제일기획 이기환 프로(비즈니스 6팀)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TV 제품군에 대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일상에서 제품을 활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때론 전문성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의 강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The Frame(더 프레임)은 ‘Art TV’라는 콘셉트의 제품으로, 마치 미술 작품을 걸어둔 듯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액자를 닮은 베젤
[The Best Creative] 세스코 ‘독약전달의 기술’ 편
지적인 다큐로 승화시킨 웰메이드 광고 광고회사 ‘TBWA KOREA’가 기획하고 프로덕션 ‘617’이 제작한 세스코의 ‘지효성 방제_독약전달의 기술’ 편(이하 ‘독약전달의 기술’)이 선정되었다. 본 작품은 여왕개미의 먹이를 미리 맛보는 기미상궁 개미를 통해 살충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로 기존 해충에 대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기술, 예술에 다가가다 삼성 The Frame x 아트바젤 캠페인
제일기획 이기환 프로(비즈니스 6팀)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TV 제품군에 대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일상에서 제품을 활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때론 전문성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의 강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The Frame(더 프레임)은 ‘Art TV’라는 콘셉트의 제품으로, 마치 미술 작품을 걸어둔 듯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액자를 닮은 베젤
[The Best Creative] 세스코 ‘독약전달의 기술’ 편
지적인 다큐로 승화시킨 웰메이드 광고 광고회사 ‘TBWA KOREA’가 기획하고 프로덕션 ‘617’이 제작한 세스코의 ‘지효성 방제_독약전달의 기술’ 편(이하 ‘독약전달의 기술’)이 선정되었다. 본 작품은 여왕개미의 먹이를 미리 맛보는 기미상궁 개미를 통해 살충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로 기존 해충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