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
Cheil Worldwide, 2009년 04월, 399호 기사입력 2009.05.19 12:00 조회 3372
박병국 | The SOUTH 제작그룹 대리 bk21.park@cheil.com

‘블레이드 러너’란 영화 좋아하는 분들 있을게다. SF영화의 한 전형을 세웠던 명작.
어린 시절 뒤통수 한 방을 맞은 듯한 충격으로 가슴을 멍하게 만드었던 그 영화 말이다. 하지만 내 맘 속에 축복으로 자리잡은 ‘블레이드 러너’앞에는 슬프게도‘저주받은 걸작’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개봉하던 해에 스필버그의 ET와 당당히 맞짱을 떠서 훌륭하게 망해버린 영화! 그 뛰어난 완성도와 심오한 깊이에도 불구, 저주의 이름표를 늘 달고 다니는‘블레이드 러너’는 이후 십수 번씩 돌려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감흥으로 전해온다.

영화판에 저주받은 걸작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나와 동료들의 책상 위엔 저주받은 썸네일, 저주받은 카피, 저주받은 아이디어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머리 아프지 않고 낳은 아이디어 없다고 하지만 이 놈 물건이다 싶어 예쁘게 마카칠하며 앞세웠던 자식새끼(아이디어)가 별 반응없이 뒤로 밀릴 때면 그 속쓰림은 겔포스 한 박스로도 쉬이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애정어린 시선을 동시에 지니라고 광고인에게 두 개의 눈을 주신 신의 섭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TV와 신문 그리고 라디오에서 번듯하게 나오는 남의 귀한 자식에 비해 머리는 좋은데 애비 잘못 만나 숨죽이고 있는 내 자식을 보는 마음은 늘 그렇게 안타깝다. 물론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자신만의 세상 속에 갇혀 최고라고 우기는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조잡한 생각덩어리가 대부분이다.

캠페인의 전략적 방향이나 기타 여건 등이 맞지 않아 채택되지 못한 어리숙한 내 아이디어는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스트라이커 같은 내 모습처럼 느껴져, 다시 한 번 고민의 나락에 빠져들기도 한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도 아쉬움이 사그라들지 않는‘저주받은 걸작’한 두 개쯤 갖고 있지 않은 크리에이터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미완의 걸작’은 있는 법. 저주받은 아이디어가 태어나기까지는 몇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 우선 재료 자체가 훌륭해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절대 채택되어선 안된다. 탈락의 과정이 아쉬우면 아쉬울수록 순도는 높아진다.

두 번째, 자의건 타의건 브랜드 네임만 살짝 바뀌어 다시 회의 석상에 돌아와야 한다. 이건 필수 과정이다.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처럼 한층 강화된 삐딱함과 저주받은 아이디어 본연의 불굴의 정신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논란을 야기시켜야 한다.

세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역시‘재활용은 안된다’라는 식의 동료들 반응이 첨가되어 저주받은 아이디어로서의 불꽃같은 삶을 마감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은 후 다른 경쟁사의 히트 광고나 해외의 기가막힌 광고의 모습으로 다시 환생하면 비로소 ‘저주받은 아이디어’완성이다!

선배나 동료에게 아쉬움을 호소해도‘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나?’라는 대답을 이끌어 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나 보관상 주의할 점이 하나 있으니 명심할 것, 중세 연금술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라리살 시다(AD 987~? : 네이버 검색 불가. 거꾸로 읽으면….)는 저주받은 생각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화학 반응으로 인해 성질이 변하게 되어, 스스로 저주를 푼다고 했다.

이 이론은 훗날 명석한 광고인들에 의해‘저주받은 걸작’이 쌓이고 쌓이면‘불후의 명작’으로 탄생하게 된다는 공식으로 증명되었다. 이는 오늘 날 우리가 밤을 낮처럼 밝히고, 발칙하고 독창적인 수많은 썸네일을 만들어야 하는 근거로 남아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걸작 ·  광고인 ·  크리에이티브 ·  불후의 명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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