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2] CSV(Creating Shared Value)의 오해와 진실
기사입력 2015.10.12 02:00 조회 5593
두 차례에 걸쳐 해외의 광고인과 광고회사를 조명해왔는데 깊이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마땅한 다음 순서를 찾지 못해 잠시 외유하고자 한다. 오늘 다룰 주제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인데, 사회의 구성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경험 마케팅 정도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빈번히 있는 것 같아, 다소 딱딱할 지 모르지만 CSV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볼까 한다.

글 ┃ 장승은 오버맨 대표이사


CSV는 비즈니스 전략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략의 구루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2011년 처음 사용했다. CSV는 사회적 문제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으로, 사회적 시장을 개척하는 개념이다.


 ▲HBS 마이클 포터 교수가 처음 사용한 CSV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발전된 형태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두 개념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얼마나 순수한 선행이냐의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기존 CSR과는 달리 CSV 쪽이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순수하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소외된 계층에게 도움이 되면서 기업의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영리한 비즈니스 전략인 것이다. 이미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포화된 시장 내에서 더 이상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시작한 움직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CSV가 결국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CSR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CSV에는 혁신적인 방법론이 따르는 경우가 꽤 많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 취지로 보이기도 하므로, 해외에서는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홍보캠페인으로도 자주 이용되었다. 따라서 당연히 칸느 등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험마케팅의 일환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일회성으로 펼치는 활동은 엄밀히 말해 CSV라 할 수 없다.

CSV 대표기업으로는 네슬레가 있다. 네슬레는 영양 결핍 문제를 가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영양강화 제품인 Maggi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고, 오랫동안 커피농가의 농부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질 높은 커피원두를 얻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뤄내며 CSV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는 한다.
 

 ▲네슬레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양강화 브랜드 Maggi


 ▲CSV를 기업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 네슬레


또 다른 사례로는 영국의 TESCO가 미국 진출 시 시도했던 “Fresh and Easy in Food Deserts”가 있다. ‘음식사막’이란 마켓과 상점 등 식품을 조달하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서 마을로 나가서 조달해야 하는 곳을 말한다.

미국은 이미 월마트 같은 대형 슈퍼마켓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테스코의 진출이 성공하기 힘들고 또한 미국 브랜드가 아닌 영국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있을 것을 우려하여, 테스코는 소외받는 지역의 사람들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이에 따라 신선하고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는 대형 슈퍼마켓이 없어 불편함을 겪는 음식사막 지역들에 작은 Fresh&Easy 매장을 200개 이상 론칭했다.


▲ 미국의 음식사막 지역에 론칭한 TESCO의 Fresh and Easy 매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Small Business Saturday는 광고인들에게 보다 익숙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사이에 낀 토요일을 소상공인의 날로 만들어, 대형 백화점과 유통체인들만이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쇼핑시즌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인쿠폰을 발행하고 관련 홍보패키지 무료 지원 및 대대적인 TV광고와 지역광고 또한 서포트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 행사를 적극 추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물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특정한 날에만 집행되었던 캠페인은 확장되어 급기야는 ‘Shop Small’이라는 이름으로 사업화까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례는 있다. 예를 들어 매일유업이 선천성 대사 장애 환아들을 위한 분유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업의 손해가 막대하여 사회문제도 해결하면서 기업도 윈윈하는 성공적인 CSV의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오히려 기업의 순수한 사회공헌 책임을 잘 살렸다는 면에서 박수 쳐줄 일임은 분명하다.
 

▲ 매일유업 선천성 대사 장애 환아 캠페인


해외 GSK 등의 제약회사들 역시 아프리카 등 소외지역에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저가의 맞춤 약들을 생산판매 한다든지, P&G와 같은 생활용품회사가 인도 등의 극빈국에서 소량의 샴푸 등을 따로 포장판매 하는 사례 등이 일반적인 CSV사례다. 요즘에는 보험, 식품회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시도,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의 돌파구도 찾을 수 있는 CSV, 그것은 단지 광고제 수상을 노리고 집행하는 단발성 공익캠페인과는 간극이 있다. 하지만 거꾸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중의 마음을 얻는 크리에이티브가 함께한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변화의 물줄기가 어디서 시작되든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 있는 변화의 크기를 만드느냐에 있지 않을까.


장승은 오버맨 대표이사
- 前 TBWA KORE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SV 마이클포터 홍보캠페인 네슬레 T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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