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Bell] Zamism?
2011.06.22 03:48 HS Ad, 조회수:2681








글 ㅣ 이현종 CCO (Chief Creative Officer)



오래 전에 덴츠에 간 적이 있다. 지금도 큰 회사지만 그 때는 아주 아주 커보이던... 어쩌면 어느 촌놈이 으리으리한 서울의 빌딩 숲에 던져진 것 같은… 약간의 주눅과 경외와 찝찝함과 알량한 자존심 등이 거칠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일주일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으니 광고의 역사가 짧고, 더욱이 CD의 역사는 역사라고 할 것도 없이 막 걸음을 떼던 시기였으니까… 매 시간마다 들어오는 덴츠 CD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은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듣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CD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광고란 무엇이고, 왜 광고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철학을 훔쳐보는 일이 즐거웠는데, 당시 우리나라 광고인들이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도 일본 광고 특유의 멘탈에 빠져있던 탓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우리 광고계의 철학적 빈곤에 늘 냉소적이었던 젊은 날의 치기가 더해졌던 것 같기도 하고.
 
 
거창한 사명감보다 '재미!'

어쨌든 그 중에 가마타 이치로 CD의 주장이 기억에 남는데, 요지는 이렇다. “나는 세상에 선보여지는 모든 상품들은 사람을 보다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제하에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그 상품의 어떤 부분 어떤 기능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를 파악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며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그이가 부러웠다.‘ 얼마나 좋을까 저 사람은, 저렇게도 아름다운 직업관, 저렇게도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있으니…’ 그이의 생각은 일견‘ 있어 보였고’, 잘 정돈된 서랍 속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직업이나 광고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에 가치부여하기가 혹은 의미부여하기가 정말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일까. 강박관념 혹은 일종의 콤플렉스 아니면 헛된 집착 아닐까. 물론 공개적으로 “어떤 광고를 좋은 광고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 정도가 내 대답이다. “영향을 미치는 광고죠. 첫 번째로 제품의 판매나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영향을 미쳐야 하고, 나아가 그 광고가 다른 광고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광고가 됐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광고. 그런 광고가 좋은 광고고, 만들고 싶은 광고죠.”라고 말이다.

괜찮은 정리다. 정치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그런 광고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지금의 난 백남준에 동의하는 편이다.  “음악을 하다가 왜 비디오 아트로 바꾸셨어요?” “재주가 없으니까.” 왜 하필 비디오 아트를 하셨죠? “재미있잖아.” 백남준의 정리는 심플하기도 하거니와 솔직하고 매력적이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난 재미있으니까 광고를 하는 것이고, 상품은 필요하니까 나오는 것이고 광고는 그 상품을 팔아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니까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지나친 사명감은 건강을 해치고 나라를 망친다. 특히 바보가 사명감만 강할 때는 치명적이다. 사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 중 하나는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재미즘(zamism)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을 새며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나에겐 두 가지 광고만 존재한다. 재미있는 광고와 재미없는 광고. 아! 여기서 주의 ① 물론 마켓에서의 성공은 대전제다. ② 재미있는 광고를 웃기는 광고로 오해하지 마시길. 그런데 이 글은 재미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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