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21세기 디지털 혁명과 디자인의 역할
21세기 혁명적 변화의 시작
필자는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 근무하던 초기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소니 워크맨과 삼성 마이마이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분해해서 비교하는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워크맨은 나사 하나까지도 정밀하고 작고 가벼웠다.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소니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즈음, 반도체를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몇 년 후 영상·사진·음악 등의 기록은 필름·CD 같은 저장장치에서 데이터 공유 개념으로 바뀌었고, TV의 덩치 큰 CRT 화면은 얇고 평평한 LCD 화면으로 대체됐다.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떻게 소니를 넘어 설 수 있을까? 이 시기 소니·애플·삼성 3사의 디지털 기술 전략을 살펴 보자. 소니는 자사 제품에만 사용 가능한 독특한 규격의 메모리스틱이라고 이름 붙인 저장장치와 TV·카메라 등의 성능을 고도화한 퀄리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당시 아날로그 기술의 절대강자였던 소니는 기존의 아날로그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추가하는 점진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에 반해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와 평면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집중했고,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와 아이튠즈라는 MP3 음원 공유 플랫폼을 상품화하는 등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하는 전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아이팟은 소니의 아이콘과 같은 워크맨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삼성은 평면 TV 1위 기업이 됐다. 절대강자 소니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한 순간에 기업의 운명을 갈라 놓은 것이다. 이 변화가 당신에게는 얼마만큼의 크기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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