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이나 Z세대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뾰족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10월 말에 열렸던 <콘텐츠의 미래: 밀레니얼의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배은지 셜록컴퍼니 대표의 말투는 단호했다.
‘뾰족해야 한다’는 표현이 귀에 감겼다. 직관적이지만 논리적으로 풀기에는 쉽지 않았다. 무대 뒤로 가서 배은지 대표에게 물었다. 배은지 대표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연예인이 나오는 화장품 광고가 있었죠. 누군가 이상형을 상정해놓고, 그 이상형을 닮아가기 위해서는 그 화장품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게 먹힌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그걸 보고 화장품을 사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이 대목에서 배은지 대표는 숨을 삼켰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광고가 아니라 협고예요. 넓을 광(廣)이 아니라 좁을 협(狹)의 협고예요. 넓어서 평평하지만, 좁아서 깊죠. 그러니 뾰족하지 않으면 협고가 될 수 없어요.”
그럴 수 있다 싶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협고의 의미도, 뾰족하다는 의미도 분명하지 않았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뾰족하다는 것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배은지 대표는 말을 가로챘다.
“화장품 광고로 돌아가 볼까요. 연예인이 나오는 화장품에 맞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 얼굴 색깔 톤에 맞고, 그 얼굴 형태에 맞고, 그 연령에 맞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설사 그 화장품을 샀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만족도는 낮았을 거예요. 그런데 밀레니얼들이 자주 찾는 1인 크리에이터는 달라요. 사람들은 자기 얼굴 유형과 같은 크리에이터를 찾죠. 얼굴이 긴 사람은 긴 크리에이터를 찾고,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은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을 찾아요. 그 크리에이터는 굳이 모든이를 만족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들이 찾아서 볼 수 있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죠. 그런 사각형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1인 크리에이터만 살아남아요. 그러니 뾰족해져야죠. 사각형 얼굴에 전문성이 높아야 한다는 이야기예요.”1)
1 실제 대화는 <콘텐츠의 미래: 밀레니얼의 콘텐츠> 콘퍼런스 사전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정리하면 이렇다. 광고가 되었든 콘텐츠가 되었든 자기의 정체성에 부합해야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적당히 걸치면서 전체를 아우르려는 시도보다는 분명한 타깃과 그 타깃에 최적화된 그 무엇을 전달하지 않으면 다가갈 수도,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둘 수 없다는 이야기다. 웹이든 모바일이든 그 기기의 속성이 특정 개인에 다가갈 수 있는 유니 캐스팅(uni-casting)이니 가능한 말이기도 하고 모바일이 주목받는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자기 존엄이 강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인과 구별되지 않고 두루 뭉술한 것들에 대해서는 감흥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존의 타기팅이나 맞춤형과는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기존 광고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제작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타기팅은 그 타깃에 맞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특정 타깃에게 더 잘 전달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제작 문법의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그러나 뾰족하다는 의미의 타기팅은 제작도 그에 맞추어야 하고, 유통도 타기팅에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스에 비해서 타깃은 작은 그룹이고, 이들 그룹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제작비용도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뾰족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고 콘텐츠의 품질도 별로면 눈 높아진 타깃 고객에게 어필할 수도 없다. 이런 문법이 지속되면 매스형에 적합했던 사업자들은 도태되고, 가성비를 최적화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TV의 도태는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종속변수가 된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시장이 부상하게 된다. 일단 타깃의 규모가 작은 문제는 글로벌이란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란 조건에서 매스가 아닌 타깃을 선택하게 되면 도달 규모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최적화된 제작 비용도 감소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특정 타깃군이 글로벌로 확장된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도달 규모가 늘어나서 제작 비용을 높여 품질을 높일 수도 있게 된다. 매스형 사업자들이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더구나 Z세대와 밀레니얼은 국내외를 따지지 않을뿐더러 트렌드란 차원에서 보면 동시적이다. 빨라지고 연결된 시장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 동년배들의 취향이 유사해졌다. 그러니 글로벌이란 화두를 그리면 기존의 제작 비용 문법을 지키고도 뾰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TV시장에서도 타깃형에 대한 실험도 가능해졌다. 굳이 OTT가 아니더라도 IPTV처럼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의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타깃형 광고가 가능하다. 지금은 일부 사업자가 전국 서비스인 IPTV를 통해서 지역 광고를 타기팅하여 내보내고 있다. 즉 동일시간에 서울주민과 부산 주민, 광주 주민이 다른 광고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조금 더 고도화되면 TV에서도 맞춤형 광고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넘어서 TV에서도 맞춤형 광고가 이루어진다면 타깃의 모수는 확장되어 현재와 같이 ‘1인 미디어=타깃형’이란 공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못했다.
그렇게 2019년에는 맞춤형이란 화두로 새로운 시도가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0월 말에 열렸던 <콘텐츠의 미래: 밀레니얼의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배은지 셜록컴퍼니 대표의 말투는 단호했다.
‘뾰족해야 한다’는 표현이 귀에 감겼다. 직관적이지만 논리적으로 풀기에는 쉽지 않았다. 무대 뒤로 가서 배은지 대표에게 물었다. 배은지 대표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연예인이 나오는 화장품 광고가 있었죠. 누군가 이상형을 상정해놓고, 그 이상형을 닮아가기 위해서는 그 화장품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게 먹힌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그걸 보고 화장품을 사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이 대목에서 배은지 대표는 숨을 삼켰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광고가 아니라 협고예요. 넓을 광(廣)이 아니라 좁을 협(狹)의 협고예요. 넓어서 평평하지만, 좁아서 깊죠. 그러니 뾰족하지 않으면 협고가 될 수 없어요.”
그럴 수 있다 싶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협고의 의미도, 뾰족하다는 의미도 분명하지 않았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뾰족하다는 것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배은지 대표는 말을 가로챘다.
“화장품 광고로 돌아가 볼까요. 연예인이 나오는 화장품에 맞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 얼굴 색깔 톤에 맞고, 그 얼굴 형태에 맞고, 그 연령에 맞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설사 그 화장품을 샀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만족도는 낮았을 거예요. 그런데 밀레니얼들이 자주 찾는 1인 크리에이터는 달라요. 사람들은 자기 얼굴 유형과 같은 크리에이터를 찾죠. 얼굴이 긴 사람은 긴 크리에이터를 찾고,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은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을 찾아요. 그 크리에이터는 굳이 모든이를 만족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얼굴이 사각형인 사람들이 찾아서 볼 수 있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죠. 그런 사각형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1인 크리에이터만 살아남아요. 그러니 뾰족해져야죠. 사각형 얼굴에 전문성이 높아야 한다는 이야기예요.”1)
1 실제 대화는 <콘텐츠의 미래: 밀레니얼의 콘텐츠> 콘퍼런스 사전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정리하면 이렇다. 광고가 되었든 콘텐츠가 되었든 자기의 정체성에 부합해야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적당히 걸치면서 전체를 아우르려는 시도보다는 분명한 타깃과 그 타깃에 최적화된 그 무엇을 전달하지 않으면 다가갈 수도,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둘 수 없다는 이야기다. 웹이든 모바일이든 그 기기의 속성이 특정 개인에 다가갈 수 있는 유니 캐스팅(uni-casting)이니 가능한 말이기도 하고 모바일이 주목받는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자기 존엄이 강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인과 구별되지 않고 두루 뭉술한 것들에 대해서는 감흥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존의 타기팅이나 맞춤형과는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기존 광고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제작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타기팅은 그 타깃에 맞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특정 타깃에게 더 잘 전달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제작 문법의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그러나 뾰족하다는 의미의 타기팅은 제작도 그에 맞추어야 하고, 유통도 타기팅에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스에 비해서 타깃은 작은 그룹이고, 이들 그룹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제작비용도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뾰족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고 콘텐츠의 품질도 별로면 눈 높아진 타깃 고객에게 어필할 수도 없다. 이런 문법이 지속되면 매스형에 적합했던 사업자들은 도태되고, 가성비를 최적화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TV의 도태는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종속변수가 된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시장이 부상하게 된다. 일단 타깃의 규모가 작은 문제는 글로벌이란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란 조건에서 매스가 아닌 타깃을 선택하게 되면 도달 규모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최적화된 제작 비용도 감소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특정 타깃군이 글로벌로 확장된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도달 규모가 늘어나서 제작 비용을 높여 품질을 높일 수도 있게 된다. 매스형 사업자들이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더구나 Z세대와 밀레니얼은 국내외를 따지지 않을뿐더러 트렌드란 차원에서 보면 동시적이다. 빨라지고 연결된 시장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 동년배들의 취향이 유사해졌다. 그러니 글로벌이란 화두를 그리면 기존의 제작 비용 문법을 지키고도 뾰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TV시장에서도 타깃형에 대한 실험도 가능해졌다. 굳이 OTT가 아니더라도 IPTV처럼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의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타깃형 광고가 가능하다. 지금은 일부 사업자가 전국 서비스인 IPTV를 통해서 지역 광고를 타기팅하여 내보내고 있다. 즉 동일시간에 서울주민과 부산 주민, 광주 주민이 다른 광고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조금 더 고도화되면 TV에서도 맞춤형 광고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넘어서 TV에서도 맞춤형 광고가 이루어진다면 타깃의 모수는 확장되어 현재와 같이 ‘1인 미디어=타깃형’이란 공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못했다.
그렇게 2019년에는 맞춤형이란 화두로 새로운 시도가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