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글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사물과 부딪히는 소리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은 맛으로 느낄 수 있지만, 씹는 소리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시각, 미각, 후각, 촉각 그리고 청각으로 구성된 감각은 별개의 것이 아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호 <Life is Orange> 이슈는 바로 ‘사운드 Sound’입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소리를 기본으로 한 ‘대화’ 였습니다. 인간은 글자와 언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의성어를 통해 교감하고 관계를 형성해왔죠. 사실 광고 업계에서 사운드의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가까웠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 자체의 본질은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닌,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 형성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인간이 가진 오감 중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소리로 전달되는 청각이라면 말입니다.
중심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운드가 가진 한계성이 역으로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이라는 뜻을 가진 ASMR이라든지 재미와 자극은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뜻하는 백색소음 등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정제되지 않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자극이 적은 감각에 대해 호의적으로 여겨지는 경향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쯤에서 묻고 싶습니다.
잘 만들어진 광고는 무엇일까요?
시대의 흐름을 가장 도드라지게 담아내는 것이 광고라는 분야라고 볼 때, 현시점의 광고는 어떻게든 주목 받기 위해 억지스럽거나 자극적이었던 기존의 문법과 결을 달리합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릅니다. 그리고 내일도 오늘과 다를 겁니다. 막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창작자들의 숙명을 기꺼이 즐기는 매일을 꿈꿔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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