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적정성
이해영 前 대홍기획 오픈크리에이티브 솔루션팀 팀장 CD
최근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의 트렌드는 더욱더 지속 가능하고 확장되는 캠페인에 주목하고 있어 보입니다. 단발적인 브랜드의 광고나 단순 참여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을 꾸준히 알 수 있으며 계속해서 브랜드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선호한다는 것이지요.
2015년 빌 게이츠 연구소는 1년 동안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동물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상어에 의한 사망자는 8명, 호랑이는 50명, Sandfly에 의해 24,200명.. 그런데 모기에 의한 사망자는 무려 83만 명에 이른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가 그 작은 모기였다니, 생각보다 충격적인 보고서인데요. 최근 소식에 따르면 BBDO Bangkok이 건설 화학회사 클라이언트와 함께 이 모기로 인한 피해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BBDO Bangkok은 모기의 유충을 죽이는 특수 살충제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다 자란 성충을 포집하여 유충의 성장을 막는 특수 박테리아를 다리에 묻힙니다. 이렇게 다리에 박테리아를 묻힌 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 웅덩이나 고인 물에 앉는 순간 박테리아가 물속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알에서 부화한 유충들에게 부착되어 유충이 자라지 못하고 죽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생화학 연구로 유명한 프랑스의 Institute Pasteur와 만든 'The Nano Shoes'는 모기 유충만을 죽이는 합성 박테리아로 인체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이야기는 그야말로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이 캠페인의 배경은 병을 옮기는 모기에 가장 영향을 받는 저소득 공동체를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번식지를 효과적으로 표적화할 방법을 찾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사람 대 모기의 전쟁에서 모기 대 모기의 전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주목할 만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모기의 근원을 찾아 박테리아만을 활용해서 박멸시키자는 발상은 그동안 많은 살충제의 남용과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면서 모기에 대응해 왔던 인류의 방법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못되었다는 결과를 인정하고 해결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아이디어의 적정성이 아주 높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거나, 고도의 기술을 접목하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적정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적정성의 판단 여부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냐는 점입니다. 지속 가능이라는 점은 실행의 주체와 수혜자는 물론, 경쟁사까지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BBDO Bangkok의 나노 슈즈 아이디어가 활성화된다면 이것은 인류를 구원할 빅프로젝트로 칭송받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바로 구글의 최신 프로젝트인데요. 이 프로젝트도 역시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사례입니다.
구글의 크리에이티브랩에서 추진 중인 이 아이디어는 좋은 모기를 길러서 나쁜 모기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구글이 규정한 좋은 모기는 야생 모기로써, 자손을 가질 수 없게 하는 Wolbachia라는 자연 발생 박테리아를 가진 수컷 모기입니다. 이 수컷 모기는 암컷 모기와는 달리 사람을 물지 않으므로 질병을 퍼트릴 수 없기 때문에 이 수컷 모기를 증식하여 자연으로 방사하고 암컷 모기가 알을 낳지 못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관의 협조를 통해 Wolbachia 박테리아를 가진 수컷 모기를 수집, 증식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테리아를 이용한다는 점, 모기로 모기를 막는 방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사례지만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유사 사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요?
박테리아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큰 규모의 마케팅 포럼이 개최되었는데요. 포럼의 홍보 방식이 매우 ‘도발적’이었습니다. 경제학자 필립 커틀러의 저서에 곰팡이가 피어나게 한 겁니다. 메시지는 ‘당신의 지식은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입니다.
많은 혜안을 갖게 했던 좋은 책일지라도 마케팅 포럼에서 알게 될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비하면 구식이고 쓸모없다는 콘셉트를 곰팡이로 표현한 겁니다! 유명 경제학자의 저서에 곰팡이가 피어나게 하자는 시도가 우습지만은 않은 이유는 포럼이 갖는 실질적인 장점이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끊임없는 지식의 업데이트만이 마케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BBDO 우크라이나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곰팡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종이에 화학처리를 배제하고 인체에 무해한 균을 넣었으며 외부와 공기를 차단하는 특수 빌보드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미래를 현실로 보여주다
오길비 영국 (Ogilvy UK)이 세계 환경 보호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우리의 미래, 즉 아이들의 미래와 해양의 미래에 대한 끔찍한 예견을 실감 나게 작업한 기획으로 보입니다.
‘미래의 바다’라는 수족관에 놀러 간다고 들은 많은 아이들은 바다 생물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들뜬 기분으로 전시장을 방문합니다. 좋아하는 바다 생물을 기대했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온갖 플라스틱뿐 이었습니다. 각종 비닐봉지와 페트병과 온갖 포장용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수족관이었습니다. 벽에는 각각의 플라스틱의 위험과 피해정도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전시회를 경험한 아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의 오염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을 말합니다. 이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은 공공 및 슈퍼마켓이 플라스틱 포장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그린피스의 청원서 운동에 따라 437,000명 이상의 사람들에 의해 이미 서명했습니다. 위의 바이럴 영상은 영국에서 큰 호응을 얻어 더욱 청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보호 운동도 구호와 호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경험 마케팅을 벌이고 있고 그것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 지향적 마케팅이 펼쳐 지리라 예상됩니다.
문제점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에 테크를 기용하여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적정성과 현실을 자각시키고 더 나아가 행동을 유발하는 경험 마케팅은 현재 글로벌 광고의 큰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음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준 사례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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