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로 대화하는 사람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시대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안토니오 무치와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전화는 원거리의 상대방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게 했고,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은 음성과 문자에 묶여 있던 우리의 통신 언어를 엄청난 범위로 확장케 했다. 스마트폰 이후 또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는 포스트 모바일 시대, 이제 우리는 사진은 물론 동영상, VR/AR 콘텐츠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날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논하며 빼놓지 말아야 할 키워드가 있다.
바로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이다.
TEXT. 김지훈 (다이아매거진 편집장) COOPERATION. KAKAO FRIENDS, LINE Corp
우리는 '캐릭터'로 대화한다. 적어도 디지털로 이뤄진 대화 공간 안에서는 말이다. 캐릭터는 이제 쓰기 싫다고 무시해버릴 수 있는 유행을 넘어 언어나 몸짓 같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라인과 카카오톡은 일찌감치 메신저에서 이뤄지는 대화 중 귀여운 캐릭터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스티커'를 출시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소셜 미디어 역시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지(Emoji)'*를 선보이고 있다. 수많은 시대적 담론을 떠안은 이슈가 됐다. 자,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우리는 어쩌다 캐릭터로 대화하게 된 걸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이모지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림'을 뜻하는 한자 '?(일본어 발음상 '에')'와 '문자'를 뜻하는 '文字(발음상 '모지')'를 합성한 단어로, '에모지'라고도 불린다. 1999년 일본 통신사 NYT 도코모의 개발자 구리타 시게타카가 자사 휴대폰 사용자를 위해 표정을 넣은 간단한 이미지를 개발한 것이 시초였다.
모바일에 따라 변화한 우리의 대화 방식
사실 하루아침에 생겨난 트렌드가 아니기에,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이 등장한 이유를 대쪽 같은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다. 그러나 가장 먼저 언금해야 할 요소는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모바일'이다. 더 정확하게는 '모바일에 따라 변화한 우리의 대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큼지막한 모니터 화면 앞에 오랜 시간 앉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화 내용을 입력하던 PC 시절과 달리, 모바일 사용자들은 작은 화면을 필요할 때마다 들여다보며 손가락으로 화면보다 훨씬 작은 버튼을 터치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당연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PC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더 효율적인 의사 표현 방식을 찾도록 했고,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옮겨가도록 했다. 즉,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었다는 거다.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 커뮤니케이션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관측된다. 캐릭터 커뮤니케이션과 배다른 남매쯤으로 해석해도 괜찮겠다. 대화 중 갑작스레 관련된 이미지를 올리는 '짤'* 커뮤니케이션 행태나 텍스트를 대처하는 그림 문자 '이모지'가 그 예다. 캐릭터 커뮤니케이션도 이러한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탄생한 산물의 한 줄기로 볼 수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로 구현된 대화 공간 안에서 구구절절한 말 대신 간편한 이미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하나의 양식인 셈이다.
이러한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의 강점은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거다. 때로는 텍스트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해주거나, 감정의 높낮이까지 표현할 수 있다. 가령,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나쁠 때, 볼을 비비고 싶을 만큼 상대방이 사랑스러워 보일 때 등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뉘앙스를 캐릭터로는 얼마든지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보다 훨씬 강력한 언어적 기능으로, 표현주의적 관점에서 일반 글보다 더욱 효율이 높다.
/짤
'짤림 방지 이미지'의 줄임말. 국내 디지털카메라 전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탄생한 용어다. '짤림 방지용'으로 게시물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함께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곧 우리에게 '짤'이란 말도 되돌아왔다. 대화 중 간간이 등장하는 짤은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용자 의도에 따라 다양한 감정적 여운을 줄 수 있기에 대화에 유연함을 더할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콘텐츠 형식으로 보는 커뮤니케이션의 미래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담론은 여러 갈래가 있다. 글쓴이가 제시하고 싶은 한 축은 콘텐츠 형식의 다변화다.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을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가 낳은 산물로 볼 때, 오늘날 텍스트를 포함한 여타 콘텐츠 형식(예컨대 이미지, 동영상 등)의 포지션을 가늠해보면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진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10대 사이에서는 스티커로만 이야기해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돼 있다. 피처폰의 문자 메시지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세대,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만 경험한 세대가 시대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면 앞으로 콘텐츠 형식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그려질까. 텍스트 영역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고, 어쩌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형식의 한 줄기가 과연 상충 개념인지 보완 개념인지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즉,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다양한 물음이 결국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이끌어갈 중요한 담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형식의 다변화하며 생겨나는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우리의 대화 방식과 앞으로의 콘텐츠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늘 주목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