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2010.01.27 03:04
kclab 조회 7839 / 덧글 0

광고를 보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유행어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이를 패러디한 광고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유행어가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사용해도 무방한 공공 소유물인가에 대한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성은 있다.

개그맨들은 늘 많은 유행어를 양산한다. 지난해만 해도 KBS 2TV의 대표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통해 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의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를 비롯해 “참~ 쉽죠 잉” “그건 네 생각이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등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 드라마 속 김혜수는 “에지 있게”라는 대사로 화제가 됐고 시트콤에 나온 “빵꾸똥꾸”라는 유행어는 전 국민을 중독시켰다.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유행어와 유명인의 말투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즐겨 따라 하며 사랑을 받는다. 유행어가 널리 퍼지는 이유는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 유행어를 광고인들이 놓칠 리 없다. 유행어 그 자체만으로도 광고가 주목받을 수 있고 친근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어와 특정인의 말투를 따라 하는 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것인지, 과연 유행어와 말투에도 저작권이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뒤따른다.

유행어 저작권의 모호함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저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시, 소설, 그림, 음악, 학술 논문 등과 같이 창작성이 뒷받침되는 것은 저작물에 해당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유행어와 말투는 저작물 자체가 아닌 그 일부이므로,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유행어가 저작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행어는 어문 저작물의 일부로 개그작가, 구성작가, 드라마작가, 카피라이터의 작품이다. 유행어의 저작권은 유행어를 처음으로 창작한 작가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유행어를 유행시킨 개그맨, 정치인, 연예인, 성우 등 유명인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일 유행어를 탄생시킨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 쇼 프로그램을 업무상 저작물로 본다면 최초로 유행어를 탄생시킨 방송사, 영화사가 저작권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유행어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많지 않다. 또한 유행어의 확산은 개인 또는 프로그램 홍보용으로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저작권자가 저작권 소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행어나 말투의 저작권 분쟁은 매우 드물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도 유행어와 말투의 재산 가치를 주장하는 분쟁은 있었다. 2004년 코미디언 정준하는 허락 없이 자신의 이름과 유행어인 “두 번 죽이는 거예요” “~라는 편견을 버려” 등의 문구를 함께 게재해 이동통신회사의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휴대전화로 다운로드하도록 한 콘텐츠 제작 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500만원의 배상을 받았다.

또한 2005년 방송인 김제동이 허락 없이 자신의 어록을 펴낸 출판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라며 서적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내자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부분 국민이 해당 멘트를 듣고 특정한 사람을 연상할 정도라면 넓은 의미의 저작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그 출판사가 김 씨의 허락 없이 서적을 출판해 성명권과 인격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유행어와 관련해서는 ‘퍼블리시티권’을 통해 법률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명문 규정은 없지만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은 ‘유명인의 성명·초상·말투 등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로 재산권의 특성을 지니며 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다.

무분별한 유행어 도용, 퍼블리시티권 침해 가능성 있어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초상이나 이름, 목소리, 말투 등이 상업적 목적으로 침해당하지 않을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 넓은 의미의 저작권이며, 상업적 이용의 요소를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인격권과는 구별된다.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순수한 재산권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퍼블리시티권은 상당수 미국 주법과 판례법으로 지지받고 있으며, 현재 28개 주에서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연방의 법률이 아닌 주법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마다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범위는 다르다. 인디애나 주는 가장 넓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사후 100년까지 그 권리를 인정하며 이름, 성명, 동일성뿐만 아니라 서명, 제스처, 특유의 외양과 말투, 행동에 대해서도 권리를 인정한다.

우리나라 법에도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으나, 대부분 국가가 법령 또는 판례로 인정하고 있다. 사회의 발달에 따라 이러한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으며, 유명인이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명성, 사회적인 평가, 지명도 등을 통해 생기는 독립적인 경제적 이익 또는 가치는 그 자체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므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야 한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뿐 아니라 일정한 경우 일반인에게도 인정될 수 있으며, 그 대상은 성명, 사진, 초상, 기타 개인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경우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물건 등에 널리 인정될 수 있다.

유명인의 경우 성명이나 초상, 음성, 말투 등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발전시켜 광고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보편화되면서 퍼블리시티권은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므로 유행어나 유명인의 말투를 허락 없이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행위는 주의해야 한다. 상황과 콘텐츠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유행어와 유명인의 말투가 퍼블리시티권에 의한 재산권이 주장될 여지는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오익재(kclab@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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